[이건희 6주기] 반도체에 인생 걸고, 미래를 내다보다…'초일류 삼성' 남긴 거인의 발자취

1974년 반도체 투자·1993년 신경영 선언…기술강국 성장 토대 마련
AI·로봇 시대 내다본 미래 경영…미술품 2.3만여점 기증으로 K문화유산 계승
불황에도 멈추지 않은 투자·신경영 혁신…세계 반도체 1위 신화 일궈
30년 앞서 AI·로봇 시대 통찰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10-23 16:07:10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별세 6주기를 맞아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반도체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반도체 강국의 기반을 닦고,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경영철학이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주목받고 있다.

 

▲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 모습[사진=삼성전자]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1974년 자금난에 빠진 한국반도체에 개인 재산을 투자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전자산업은 핵심 부품을 해외 기술에 의존했지만, 그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첨단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은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을 계기로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같은 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했고, 1993년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불황기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선제적 경영이 있었다. 

 

앞서 삼성은 1980년대 경쟁사보다 앞서 대형 웨이퍼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반도체 업황 침체기에도 신규 생산라인을 확충하며 기술과 생산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삼성 측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D램 39.4%, 낸드플래시 29.3%로 각각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 선대회장의 대표적인 경영철학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표한 '신경영 선언'이다. 당시 그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발언으로 양적 성장에서 품질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불량 발생 시 생산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하고,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약 500억원 규모의 불량제품을 폐기하는 등 품질 혁신을 추진했다.

 

미래 기술과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선대회장은 1990년대부터 컴퓨터·소프트웨어·로봇 기술의 융합과 자동화 확대를 전망했다. 1990년 도입한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해외 현지의 언어와 문화, 시장을 익히도록 지원하며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힘썼다.

 

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유족들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의 작품이 포함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다.

 

기증품은 국내 순회전에서 누적 관람객 350만명을 넘어섰으며, 미국 워싱턴과 시카고를 거쳐 올해 10월부터 영국박물관에서도 전시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 육성에서 품질 혁신, 인재 양성, 문화예술 후원까지 이어진 이 선대회장의 행보는 한국 산업과 문화 발전에 영향을 미친 유산으로 평가된다.

 

AI와 로봇, 차세대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던 그의 경영철학은 삼성의 새로운 성장 과제와 맞닿아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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