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사태, '뉴진스' 홀대 논란 일파만파

뉴진스 부모 "방시혁 인사 안 받아줘" 폭로, 하이브 "거짓 주장"
K팝 초비상, 신속 대응·진솔 소통으로 사태 수습할 수 있을까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05-14 07:15:36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결국 K팝 팬들이 우려하던 사태가 터졌다.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갈등이 방시혁 대 민희진에서 아일릿 대 뉴진스 구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들이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미 사태는 끝 모를 늪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는 하이브의 미흡한 초동 대처와 맞물려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공백을 메우고 있는 K팝의 보배 '뉴진스'. [사진=어도어] 

 

일간스포츠는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간의 분쟁이 하이브의 뉴진스 홀대에서 비롯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2회에 걸쳐 단독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뉴진스의 부모들은 하이브 산하의 다른 레이블에서 데뷔한 걸그룹이 뉴진스와 콘셉트, 스타일링, 안무 등에 있어 많은 유사점, 논란이 발생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앞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에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그룹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야지 너도나도 뉴진스가 되면 뉴진스에게도 안 좋다”고 밝힌 바 있다.

민 대표의 입장 발표 후 뉴진스와 아일릿을 비교한 사진과 영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팬들은 아일릿의 노래 ‘My World’에는 두팔을 반시계 방향으로 휘젓는 동작이 뉴진스 ‘Attention’의 히트 안무인 머리 쓸어올리기와 비슷하다 등 안무 뿐만 아니라 사진 구도 등을 대조하며 아류작 논쟁에 불을 지폈다.

분쟁의 발단은 하이브가 민 대표 등이 뉴진스를 빼내고 독립하기 위해 내부 자료를 외부에 유출했다고 보면서 발발했다. 이에 반해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탈취 의혹은 하이브의 언론플레이이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 사임을 위해 어도어 이사진을 대상으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어도어는 주주총회 개최권한 있는 이사회를 열기를 거절했다. 그러나 어도어 측은 지난달 30일 이를 받아들이고 5월 말까지 주총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 대표의 해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비록 민 대표측이 지난 7일 “하이브 측이 민 대표 해임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에 대한 심문이 17일로 예정된 상황이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연합뉴스]

쟁점은 최대 주주가 다수 주주들의 의견에 반해 상정한 대표 해임안건이 주주간 계약을 위반한 것이냐는 점인데, 하이브가 어도어의 최대 주주이자 압도적인 의결권 수를 갖고 있는 주주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의 해임이 어도어와 뉴진스의 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진스 멤버들 부모들의 입장 표명은 이런 시점에 나왔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 뉴진스 부모들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멤버들의 인사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뉴진스 부모들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앞선 민 대표의 폭로보다 더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경우에 따라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는 르세라핌의 코첼라 무대 논란과 맞물려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하이브는 “이날 한 매체가 보도한 뉴진스 부모님이 당사에 보냈다는 이메일에 대해 설명 드린다”며 “당사는 지난 4월 3일 해당 메일을 받고, 4월 16일에 표절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이미 회신했다. 어도어 사태의 시작이 ‘인사를 받지 않는 등 홀대에서 비롯됐다’는 내용도 일방적인 주장이며 사실이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또한 “민 대표가 본인이 문제 제기하면 주주간계약 위반이 되니 부모님을 앞세우자고 이야기 한 점, 부모님이 보내왔다는 이메일 자체가 부모님이 아닌 L 부대표와 민 대표가 작성한 점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이를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초기 대응이 너무 미숙했다고 진단한다. 실제 사태 발발 후 하이브 측에 언론들의 질의가 이어졌지만, 침묵으로 일관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이브가 특정 매체들 외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기에, 일부로부터 공기업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4월 25일 민대표의 기자회견 1분을 남겨 놓고 추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민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무속인 연루설을 주장해 오히려 많은 의문점을 낳았다. 그 결과 많은 의구점에도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들이 오히려 힘이 실리는 현상을 유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가 신속한 대응과 진솔한 소통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K팝 업계 전체가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