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독소 계약서' 공정위 제출에 올리브영 복잡한 표정관리 속사정
7월 공정위 신고 이후 계약서 문제 추가 제출 2연타
올리브영 '시장 획정'에 호재? 쿠팡도 역이용 해석도
김형규
hgkim@megaeconomy.co.kr | 2023-08-08 16:23:20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쿠팡이 지난달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납품업체 갑질'로 신고한 데 이어 최근 올리브영의 갑질 정황 증거가 담긴 추가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공정위 심의를 앞둔 CJ올리브영이 쿠팡의 이러한 견제를 속으로 반기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이 경쟁자로 여겨져 이커머스까지 CJ올리브영의 사업 영역으로 인정받는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없어 제재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이 특정 납품업체의 쿠팡 입점을 막았다는 내용의 증거 자료들을 확보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경제 취재 결과 쿠팡이 제출한 자료에는 CJ올리브영과 해당 납품업체의 계약서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CJ올리브영은 이 계약서에 상품명과 쿠팡 등 경쟁사를 명시하고 "납품하려면 사전 협의를 받아야 한다"고 기재해 마음대로 타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하게 하는 독소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달 CJ올리브영의 중소 뷰티 업체들을 대상으로 납품 제한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당시 쿠팡은 "수많은 납품업체가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게 돼 신고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영의 행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가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배타적 거래 강요 행위'로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 위반 소지가 크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CJ올리브영은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쿠팡의 주장에 대해 "특정 상품이나 타 유통사를 명시한 계약서는 없다"며 "당사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이미 협력업체와 작성하는 계약서 일체를 모두 제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온오프라인 각 시장 독점적 사업자들이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 입장에서 쿠팡의 공정위 신고가 동전의 양면처럼 악재와 호재가 상존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 경쟁자에 포함되면 CJ올리브영은 이커머스까지 사업 영역으로 인정받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같은 갑질 행위에 대해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더 무거운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의 기준은 사업자가 활동하는 관련 시장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판단하는 '시장 획정'을 통해 정해진다.
CJ올리브영의 경우 랄라블라‧롭스 등의 시장 철수로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독점적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쿠팡‧네이버 등의 이커머스 사업자가 경쟁 대상에 포함돼 관련 시장이 온라인으로 확대될수록 시장 지배력이 낮아져 시장 획정에서 유리해지는 셈이다.
다만 공정위의 심의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CJ올리브영은 표정 관리에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쿠팡도 이번 공정위 신고를 통해 CJ올리브영이 자신의 경쟁자라는 점을 공정위에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 역시 LG생활건강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해 공정위와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5월 LG생활건강은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후 2021년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쿠팡에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2월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역시 이커머스 영역에서 시장지배적 기업으로 여겨지고 있기에 오프라인 대표적 사업자인 올리브영을 끌고 와 당사가 오프라인 사업자와도 경쟁 중이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며 "결과적으로 온오프라인 각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의 기업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동시에 윈윈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