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선정산대출 불똥' 은행권 취급중단...당국 '제도개선'발등의 불
부실우려에 인터파크쇼핑·AK몰 등 중단
금융당국,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주문, TF출범
일각서 “전자금융업 관련 법제도적 개선 필요”
신승민 기자
shin-sundae@megaeconomy.co.kr | 2024-08-02 16:32:28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피해가 번지며 은행권 선정산대출분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에 은행들은 최소 1000억원 이상 추정되는 부실 우려로 인터파크쇼핑, AK몰 등 큰 쇼핑몰 업체와의 선정산대출 취급을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입점 판매자들이 불가피하게 선정산대출을 받았던 이유로 이커머스 업계의 긴 정산 주기를 지적하며, 관련 규제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로 인한 은행권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한 관계자는 “티메프는 이미 수년간 자본잠식 상태 기업이었다”며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업체와의 큰 거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사의 재무상태는 재무상태표에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은 2022년말 연결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386억 원이었다. 티몬의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시되지 않았다. 위메프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398억 원이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은행권의 직접적인 거래의 형태는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 대상 선정산대출이었으며, 이마저도 실질적인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정산대출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으로부터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이후 플랫폼으로부터 정산금을 받아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를 포함해 큐텐 그룹 입점업체가 받은 선정산대출의 규모는 총 839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 선정산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사태가 지속되며 대출 상환이 불확실해지자 주요 은행들은 티메프 입점 업체뿐 아니라 인터파크쇼핑‧AK몰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소비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고 은행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29일 금융당국은 기존 대출의 만기를 최대 1년까지 연장해 피해업체들을 지원하는 강구책을 내놨다. 다만 이번 사태의 파장으로 이후 선정산대출의 취급 기준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어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우려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정산대출이라는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며, “티메프 등의 비정상적으로 긴 정산주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유통사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40일에서 60일 이내로 규정된다. 반면 티메프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을 영위하는 전자금융업자로 구분된다. 이 경우 정산과 대금보관, 사용 등에 관련한 법 규정이 없어 업체마다 정산 주기가 제각각이다.
티몬‧위메프는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특히 정산주기가 긴 편이다. 매출이 발생한 달의 말일 기준으로 45일 후에 정산하기 때문에 월초에 상품 구매가 이뤄졌다면 정산 주기는 최대 75일까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입점업체들이 정산을 받기 전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정산대출을 이용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서 교수는 “혁신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전자금융업자 대상 규제를 완화하고 영업 가능 범위가 확대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주기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간담회를 개최해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업계 관계자들과 오픈마켓 판매대금 정산 실태를 점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사한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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