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치료 가이드라인 변수”…의료계, 펙수클루 성과 ‘기대·신중론’
정훈용 교수 “일본은 P-CAB 중심 전환”…가이드라인 변화 가능성 언급
조준형 교수 “통계적 의미 있지만 임상적 만족 수준 아냐”…신중론 제기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5-20 16:17:03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임상 3상에서 항생제 내성 환자군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차세대 제균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향후 P-CAB 계열 치료제 경쟁 구도와 국내 헬리코박터 치료 가이드라인 변화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대웅제약과 의학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1차 제균요법에 대한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됐다.
총 46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4일간 펙수프라잔(40mg) 또는 란소프라졸(30mg)을 항생제 2종(아목시실린, 클래리트로마이신)과 함께 투여하는 삼제요법을 시행한 결과, 펙수클루 투여군은 83.64%의 제균율을 기록하며, 대조군의 77.93%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특히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 환자군에서는 란소프라졸 기반 요법(제균율 28.57%) 대비 약 2배에 가까운 54.76%로 나타나, 항생제 내성 환자 대상 새로운 치료 옵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상사례 발생률은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전반적으로 유사한 안전성이 확인됐다.
◆ “가이드라인 흔들 변수 등장”…펙수클루, 국산 P-CAB 아쉬움 충족 기대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기존 국산 P-CAB 계열 약물 대비 내성균 환자군에서 의미 있는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성과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 이유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의 핵심 변수는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균’ 여부이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일반적으로 위산분비억제제(PPI 또는 P-CAB)와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이 존재할 경우 치료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실제로 기존 PPI 기반 치료에서는 내성균 환자의 치료 성공률이 30%대 수준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위산 억제 능력을 가진 P-CAB 계열이 차세대 제균 치료 옵션으로 부상해왔다. P-CAB은 기존 PPI 대비 ▲작용 속도가 빠르고 ▲위산 억제 강도가 강하며 ▲효과 지속시간이 길다는 특징을 가진다. 위산 환경을 더욱 안정적으로 억제함으로써 항생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P-CAB 계열 치료제인 ‘보노프라잔’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일본 초기 데이터에서는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균에서도 70~80% 수준의 치료 효과가 보고됐는데, 이는 기존 PPI 기반 치료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하며, “이후 일본은 사실상 P-CAB 중심 방향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가이드라인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에 그동안 P-CAB 계열 국산 신약들은 기대와 달리 국내 임상에서 PPI 대비 의미 있는 내성균 극복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번 펙수클루의 임상 성과는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PPI 계열은 기본 구조가 유사하지만, P-CAB 계열은 약마다 구조식 차이가 커 각 약물마다 ▲효과 ▲안전성 ▲내성 극복 능력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P-CAB 계열 전체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경쟁력과 향후 국내 가이드라인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일본 보노프라잔은 초기에는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지만, 일본 외 지역에서는 효과 차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인식도 존재한다”며 “국내에서 확보한 내성균 데이터가 향후 펙수클루의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현재는 PPI가 우선 권고되는 구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가 축적되면 변화 가능성은 있다”며 “펙수클루처럼 통계적 차이를 확보한 결과들은 향후 가이드라인 논의 과정에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경험적 치료에선 의미”…맞춤 치료 확대 변수로
펙수클루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임상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내성균 치료 관점에서는 여전히 4제요법이 표준에 가깝고, 임상 현장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성공률 목표가 90% 수준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준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는 “우리나라 헬리코박터 감염 환자의 약 30%는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을 갖고 있다”며 “기존 3제요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내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성 환자군만 따로 분석하면 펙수프라잔(펙수클루) 기반 3제요법의 성공률은 약 54% 수준으로, 기존 PPI 기반 3제요법의 성공률이 약 28%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계적으로는 우월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원칙적으로 90% 이상의 성공률을 목표로 하기에 임상적으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미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 여부를 알고 있다면 굳이 3제요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음을 강조하며, 이번 임상 결과의 의미를 내성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경험적 치료(empirical therapy)’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PCR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적으로 1차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면, 펙수프라잔 기반 요법이 기존 PPI 대비 나쁠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PCR 기반 맞춤 치료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덧붙였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균 배양검사를 해야 해서 결과 확인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최근에는 조직검사 후 PCR로 클래리트로마이신 내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며 “내성 여부를 확인한 뒤 항생제를 선택하는 맞춤 치료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성이 확인됐는데도 굳이 같은 항생제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항생제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결국 맞춤요법이 경험적 치료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경쟁력과 가이드라인 개정을 포함한 향후 치료 전략 변화에 대해서도 해외 및 추가 임상 데이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견해가 제시됐다.
조 교수는 “수출 경쟁력은 결국 해외 임상 데이터를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향후 서구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 결과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계에서는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실제 치료 전략 변화는 추가 임상 데이터와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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