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금융사기 송금 전 차단 강화…11월 AI 모니터링 가동
경찰 출신 전문가·FDS 결합…피그부처링·피해금 회수 사칭 경계
의심정보 639건 분석 연계·타행 의심계좌 664건 공유…금융·수사기관 공조 확대
이상원 기자
sllep@megaeconomy.co.kr | 2026-10-12 15:56:30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우리은행이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경찰 출신 전문인력을 앞세워 금융사기 사전 차단 역량을 강화한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으로 의심거래를 포착하고 고객 확인과 금융회사 간 정보공유를 연계해 피해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막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11월에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우리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사기 수법 변화와 피해예방 사례, 대응체계 고도화 계획을 발표했다. 전담조직과 수사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 거래정보 분석 시스템을 결합하고 통신정보까지 활용해 탐지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발표를 맡은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한 뒤 총경으로 퇴직한 금융사기 수사 전문가다.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검거와 해외 조직 수사를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경찰 출신 금융사기예방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제시한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2025년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로 늘었다. 범죄조직은 개인정보 확보와 악성 앱 개발, 피해자 유인, 자금 이동·세탁 등을 분업화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SNS, 생성형 AI를 범행에 활용하는 양상이다. 해외 거점 분산과 조직 세분화로 추적·검거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진단이다.
특히 장기간 신뢰를 쌓아 투자를 유도하는 피그부처링과 피해금 회수를 미끼로 다시 돈을 요구하는 리커버리 스캠에 주의를 당부했다. 피그부처링은 SNS나 메신저로 친분 또는 연인 관계를 형성한 뒤 소액 투자 수익과 출금 경험을 제공해 신뢰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후 투자금을 키우도록 유도하고 출금을 막거나 잠적한다.
리커버리 스캠은 이미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이나 피해금 환수 전문가 등을 사칭해 접근하는 2차 사기다. 피해금을 되찾아주겠다며 수수료와 세금, 보증금 등을 요구한다. 피해 회복이 절실한 심리를 악용하는 만큼 추가 송금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우리은행은 대응의 중심을 개별 직원의 경험에서 조직적인 탐지·분석·차단 체계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와 경찰 출신 전문가를 중심으로 범죄 수법을 분석하고 고위험 거래 대응과 영업점 지원을 연계한다.
강북경찰서와 안양만안경찰서 등 수사기관과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대학·공공기관·복지기관 등 11개 기관에서 16차례 예방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핵심 수단인 FDS는 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징후를 찾는다. 의심거래가 포착되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본인 여부와 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위험도가 높거나 의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를 지연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이다.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와의 협업도 강화했다. 올해 4~8월 FDS가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정보 639건을 AML 부서에 전달했고, 추가 분석을 거쳐 83건이 의심거래보고(STR)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타행 의심계좌 664건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인 ASAP를 통해 금융권에 공유했다.
간담회에서는 실제 피해 차단 사례도 소개했다. 고객 계좌에 2억9000만원이 입금된 뒤 3000만원이 의심계좌로 재이체되는 흐름을 탐지하고, 관련자들의 설명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나머지 2억60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또 다른 고객이 가족 계좌에서 받은 돈을 타행으로 보낸 뒤 증권계좌 자금 8000만원까지 추가 송금하려는 상황에서는 타행과 정보를 공유했다. 수취계좌가 투자사기로 신고된 계좌라는 사실을 확인해 추가 송금을 차단했다.
검찰 사칭범에게 이미 1억3000만원의 피해를 본 고객이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사려던 거래도 중단시켰다. 대출금이 금거래소 계좌로 이체되는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고객과 통화해 사기범의 지시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대응체계를 기반 구축, 역량 확장, 예방 선도의 3단계로 고도화한다. 차세대 FDS에는 기존 금융거래 정보뿐 아니라 전자금융 FDS와 로그인 정보, 상품 이용 정보, ASAP 위험계좌 정보 등을 연계할 계획이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사기 유형과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탐지 시나리오와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11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 이후 연말까지 안정화를 추진한다.
통신정보를 활용한 탐지와 금융·수사기관 간 협력도 확대한다. 경찰 출신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금융사기예방 전담팀 신설 역시 추진 구상에 포함됐다. 전담팀은 이미 운영 중인 조직이 아니라 향후 전문 대응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이다.
피해금 회수의 한계도 사전 차단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자료상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률은 약 22%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인 만큼 최우선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적으로는 금융회사에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회사와 통신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의 사전 차단 강화는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피해 배상 책임을 확대하려는 정책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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