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산 무기체계 최초 美 육군 뚫었다…K9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6문 계약

한화디펜스USA, 미 육군과 K9MH 시제품 공급 계약…세계 최대 방산시장 진입
자동화 포탑 적용해 미군 요구조건 대응…최대 4년간 성능 보완 후 양산 가능성
방사청과 ‘원팀’ 협력·현지화 전략 본격화…앨라배마 생산기반 구축 속도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8-19 15:44:29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 무기체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육군과 직접적인 계약을 성사시키며 세계 최대 방산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궤도형 K9 자주포에 이어 차륜형 자주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미국 방산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 Mobile Howitzer·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 무기체계가 미국과 체결한 첫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6·25전쟁 당시 미국이 한국에 포병전력을 지원한 지 76년 만에 한국이 미국의 포병전력 및 방산 기반 재건을 지원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K9MH는 K9 자주포의 차륜형 모델로 자동화 포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은 차기 자주포 도입을 위해 올해 초부터 주요 글로벌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신형 자주포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고 납기와 요구 성능, 현지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시제품 공급을 계기로 미 육군의 차기 자주포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미 육군은 향후 최대 4년간 K9MH를 실제 작전운용개념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성능과 운용 조건 등을 보완한 뒤 특별한 결함이나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최종 양산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미군 무기체계 도입 절차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제품 계약이 향후 대규모 양산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공급하며 성능과 운용 경험을 확보한 만큼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의 민관 협력도 이번 수주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부터 주요 현안을 공유하며 긴밀하게 공동 대응해왔다. 수주 막바지까지 신속한 협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며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원팀’ 체계를 가동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섰다. 향후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도 투자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미 육군의 장기 전력 현대화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성과에는 한화그룹 최고경영진의 선제적인 시장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방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으로 보고 기술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수출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미군의 자주포 수요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주문해왔다.

 

당초 미 육군은 2020년대 초부터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인 ERCA를 추진했다. 그러나 국제정세 변화와 장거리 전개 수요 확대 등으로 기동성이 뛰어난 차륜형 자주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업 방향도 변화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러한 미군의 수요 변화를 주시해왔다. 특히 2024년 3월 미 육군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뒤 같은 해 12월 K9MH 개발에 착수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시장에 진입한 의미 있는 성과이자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미국을 지키는 한미동맹의 새 역사를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궤도형 자주포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차륜형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510억원, 영업이익 63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20.6% 늘어난 수치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