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유럽형 소버린 에이전틱 OS 개발 '가속'

7불스·알고마인과 협력안 구체화…"레거시 교체 없이 에이전트화"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6-07-15 15:31:39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한컴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OS)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판교 한컴타워. [사진=한컴]

폴란드 파트너들과 공동개발 어젠다에 합의하면서다. 기술 개발 어젠다는 크게 현지 언어 대응부터 기존 시스템 연동, 유럽연합(EU) 규제 대응, 공동 영업까지 4개 축을 아우른다. 시장에서는 한컴이 유럽 진출 선언 단계를 지나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컴은 기존 시스템을 걷어내지 않는 방식으로 유럽형 소버린 에이전틱 OS를 개발한다. 쓰던 시스템 위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얹는 구조다. 유럽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기존 시스템의 교체 부담 없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이다. 국내에서 통한 방식을 그대로 이식하는 만큼, 유럽 현지 레퍼런스 확보 속도에 대한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다.

 

한컴은 폴란드 국가공인 연구개발(R&D) 센터인 7불스(7Bulls), 폴란드 AI 및 IT 기업 알고마인(Algomine)과 에이전틱 OS 개발을 위한 협력 어젠다에 합의했다고 15일 밝혔다. 공동 기술 개발 어젠다는 ▲제품화·현지화, ▲레거시 솔루션 연동, ▲거버넌스·EU 규제 대응, ▲시장 협력·사업화 등 4개 축이다.

 

우선 현지화 작업은 언어에서 출발한다. 폴란드에는 자국어에 특화된 대형언어모델(LLM) '비엘리크(Bielik)'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다. 한컴은 이런 현지 모델을 에이전틱 OS에 결합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어 에이전트의 성능을 검증할 평가체계를 함께 구축하고, 날짜·통화·문자 표기 등 로케일 대응도 과제로 잡았다.

 

배포 환경은 폐쇄망과 온프레미스를 기본으로 삼는다.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옮겨 어디서든 같은 방식으로 구동하는 배포 체계를 현지 인프라 사업자와 함께 구성한다. 외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고객 전산실 안에서 에이전트를 돌리는 구조다. 데이터가 국경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번 협력안의 특징은 레거시 연동에서 드러난다. 한컴은 7불스와 함께 현지 기간계 시스템에 붙는 연결 모듈(커넥터)을 개발한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시스템의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도록 중간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다. 전자세금계산서, 전자정부 플랫폼 등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시스템을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에이전트화하는 시범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객이 전면 교체 없이 곧바로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 대응은 개발 단계로 앞당겼다. 한컴은 파트너와 EU 인공지능법(AI Act) 및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요건을 반영한 개발 가이드를 공동으로 세운다. 여기에 알고마인의 고객 채널을 활용해 폴란드 공공·금융 시장을 공략하고, 유럽 레퍼런스 확보를 위한 공동 실증(PoC)도 병행할 계획이다.

 

시장은 이 전략의 실효성에 주목한다. 고객사 환경에 맞춰 먼저 검증하고 검증된 것만 확장하는 방식은 한컴이 국내에서 써온 사업 형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컴은 그간 대기업부터 공기업, 정부기관까지 고객별 환경에 제품을 맞춰 넣는 커스터마이징으로 구축 레퍼런스를 쌓아왔다. 최근에는 BGF그룹, 한국서부발전, 국회 등 고객들의 업무환경에 최적화한 AI 전환(AX)을 끝마친 바 있다. 고객 환경에 맞춰 넣는 이 방식은 표준 제품을 그대로 파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유럽 공공기관 상당수가 기존 시스템을 장기간 유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컴의 방식이 현지에서 통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컴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EU의 규제 시계가 있다. EU AI Act는 AI를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등급별로 투명성·안전성 의무를 지우는 세계 첫 포괄 규제다. EU 안에서 AI를 공급하거나 쓰는 기업이면 본사 소재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EU AI Act의 투명성 의무는 오는 8월 2일 시행된다. 고위험 시스템 의무는 2027년 12월 2일 적용된다. 위반 기업에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유럽 고객이 대응 체계를 갖추려면 지금부터 검증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은 2025년 400억 달러에서 2032년 1480억 달러로 커진다. 다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몫이다. 한컴이 겨냥하는 구간은 그 위에 얹히는 소프트웨어·플랫폼 계층이다. 한컴은 이 영역의 규모를 2030년 기준 10조~14조 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유럽의 공공 시스템은 수십 년간 축적된 자산"이라며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화하는 것이 우리의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AI 주권은 인프라를 갖추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그 위에서 데이터가 실제로 일하게 만드는 계층이 필요하고, 그 자리를 한컴이 채우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I 데이터 처리 솔루션 ‘한컴데이터로더’와 지식 검색 솔루션 ‘한컴피디아’를 중심으로, BGF그룹 내부에 축적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읽고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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