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보안 사고 등 악재 겹친 통신 3사…'AI·B2B' 중심 체질 전환 본격화

보안 사고가 곧 신뢰 리스크로…통신사의 책임 범위 확대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5-12-24 16:07:12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SK텔레콤,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해킹·소액결제 침해·통화 내용 유출 등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고단한 한 해를 보냈다.

 

24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조직 개편 등 해킹·보안 사고, 요금 규제, 미디어 사업 부진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인공지능(AI)과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체질 전환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통신 3사 CI. [사진=각사]


◆ SK텔레콤, 해킹 후폭풍 속 ‘AI 컴퍼니’ 전략 시험대로

 

올해 통신업계 최대 리스크는 보안이었다. 통신망이 단순 통화·데이터 인프라를 넘어 금융·인증·공공 서비스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고 하나가 사회적 파장으로 직결됐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해킹으로 인해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대규모 보안 투자와 약 5000억원 규모의 고객 안심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사고의 여파는 연중 지속됐다. 이로 인해 막대한 영업비용이 투자되며, 올해 3분기의 매출액(3조9781억원)과 영업이익(484억원) 모두 전년 대비 12.2%, 90.9% 감소했다.

 

이에 더해 최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1인당 총 1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전체 피해자(2300만 명)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보상 규모는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올해 ▲AI 데이터센터 ▲GPUaaS ▲기업용 AI 플랫폼 등을 앞세워 ‘AI 컴퍼니’ 전환 전략을 본격화했다. 통신 매출 정체를 AI 인프라와 B2B 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업계에서는 보안 신뢰 회복 없이는 AI 전략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 KT, CEO 교체와 함께 AX 전략 재정비…조직 개편

 

KT는 불법 펨토셀(초소형기지국)로 인한 소액결제 해킹 피해를 입은 이후 CEO 교체 국면과 맞물려 대대적인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앞서 KT는 지난 8~9월 불법 펨토셀 해킹 사태로 2만222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368명의 소액결제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후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로 내정하며 다시 한 번 '내부 출신 CEO'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안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AI·보안·미디어 부문의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박 내정자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이다. 고객 보상안 확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보안 체계 전면 강화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사고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연간 2000억원씩 5년간 총 1조원을 정보보호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위약금 면제 및 대규모 보상안 등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 LG유플러스, '보안 퍼스트' 전략으로 차별화 시도

 

LG유플러스 역시 자사 AI 통화 비서 서비스 익시오에서 고객의 통화 정보가 유출되는 논란을 겪었다. 캐시(임시 저장 공간) 설정 오류로 고객 36명의 통화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 시각, 통화내용 요약 등 정보가 다른 이용자 101명에게 일시적으로 노출됐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복구 작업에 착수해 노출된 통화 정보가 더 이상 보이지 않도록 조치를 완료하고 지난 6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LG유플러스는 과거 보안 사고 경험을 교훈 삼아, 네트워크·시스템·조직 전반을 재정비하며 ‘보안 퍼스트(Security First)’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LG유플러스는 대형 경쟁사 대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 대상 B2B ▲특화 AI 서비스 ▲차별화된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공격적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신뢰 회복을 우선한 행보로 평가된다.

 

보안 이외에도 통신 3사는 올해에도 ▲요금 인하 압박 ▲주파수 재할당 논쟁 ▲정부 규제 강화 등에도 시달렸다. 특히 주파수 대가를 둘러싼 형평성 논쟁은 통신사 간 입장차를 드러내며 정책 리스크가 상존하는 산업 구조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통신업계의 관전 포인트로 AI 사업의 실질 수익화, 보안 신뢰 회복 여부, 통신을 넘어선 플랫폼·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 등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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