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④] 반도체 다음은 '양자칩'…SKT가 닦은 길, K-퀀텀 산업으로 커질까

정부 2029년 100큐비트급 국산 양자컴퓨터…2035년 양자칩 제조역량 세계 1위 목표
SKT·IDQ·엑스게이트 등 양자보안 상용화 선두…QPU·파운드리까지 생태계 확장이 관건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8-20 15:19:34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국의 양자산업은 아직 IBM이나 구글처럼 대규모 양자컴퓨터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양자암호와 통신·보안 분야에서 먼저 산업화의 길을 열고 있다.

 

SK텔레콤이 일찌감치 양자암호 기술에 투자한 데 이어 관련 강소기업들이 보안 제품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는 양자기술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서비스와 제품으로 연결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양자프로세서(QPU)부터 제어장치와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국내 기업이 만드는 풀스택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고, 한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활용한 'K-퀀텀 파운드리'까지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목표는 2029년 100큐비트급 국산 양자컴퓨터 확보와 2035년 양자칩 제조역량 세계 1위다. 정부는 특히 2029년까지 오류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 QPU를 확보하고 양자칩 양산 기반까지 갖춘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 정부가 '양자칩' 분야를 미래산업으로 키운다. [사진=AI]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자산업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 경험을 축적한 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꼽힌다. SKT는 2018년 스위스 양자암호 전문기업 ID퀀티크(IDQ)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며 양자기술 사업화에 속도를 냈다. 이후 양자키분배(QKD), 양자난수생성기(QRNG), 양자센싱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와 QRNG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일반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기기까지 양자기술을 끌어내렸다.

최근에는 '통신 보안'을 넘어 양자컴퓨터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SKT는 지난해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IonQ)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양자 네트워킹과 양자컴퓨팅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2025년 5월 IDQ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IDQ는 현재 아이온큐 자회사로 편입됐지만 SKT는 아이온큐·IDQ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양자보안에서 양자컴퓨팅으로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올해도 양자보안 기술 고도화는 계속되고 있다. SKT는 지난 7월 '퀀텀코리아 2026'에서 광집적회로(PIC) 기반 QKD와 QRNG, 무선·위성 QKD 등 차세대 기술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 과제로 QPIC-AI 기반 QKD 시스템 개발·실증에도 나섰다. 기존 장비 중심의 양자암호 기술을 칩 단위로 집적하고 위성과 6G 네트워크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국내 강소기업과의 생태계도 구축되고 있다. SKT는 2024년 에스오에스랩·엑스게이트·우리로·케이씨에스·IDQ코리아 등과 양자기업 연합체 '엑스퀀텀(X Quantum)'​을 출범시켰다. SKT와 케이씨에스는 QRNG와 물리적복제방지(PUF), 양자내성암호(PQC)를 결합한 'Q-HSM'을 상용 제품으로 내놓으며 칩 기반 양자보안 시장까지 공략했다.

네트워크 보안업체 엑스게이트 역시 국내 양자보안 생태계의 한 축이다. 자체 양자암호 모듈보드를 개발하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표준에 채택된 PQC 알고리즘을 자체 운영체제(OS)에 적용했다. QKD와 PQC를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보안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한국양자산업협회 정회원과 글로벌 양자 표준 연합 QuINSA 멤버십에도 이름을 올리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양자보안의 성공 방정식을 양자컴퓨터 제조산업으로 옮길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상용화 성과가 통신과 보안에 집중돼 있다면 앞으로 정부가 노리는 시장은 QPU와 양자칩 제조, 제어장치,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하는 훨씬 넓은 산업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설계-제조-패키징-제어-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공급망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꺼낸 'K-퀀텀 파운드리'는 한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카드를 양자산업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축적된 반도체 공정·소재·장비 생태계를 양자칩 제조에 활용할 경우, 완성형 양자컴퓨터 경쟁에서는 뒤늦게 출발했더라도 양자칩을 대신 만들어주는 제조 플랫폼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역량을 기반으로 양자칩 양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점을 정책 전면에 내걸었다.

다만 양자칩은 기존 반도체와 작동 원리와 제조 조건이 다른 만큼 반도체 생산능력이 곧바로 양자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큐비트 구현과 오류율 개선, 극저온 제어, 소재·공정 표준화는 물론 실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과 서비스 시장까지 동시에 키워야 한다.

결국 한국 양자산업의 다음 10년은 '보안에서 만든 첫 매출'을 '컴퓨팅과 제조산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SKT가 통신망과 스마트폰에서 양자기술의 첫 상용화 길을 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QPU를 설계하는 기업, 양자칩을 만드는 공장,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정부가 내건 2035년 '양자칩 제조역량 세계 1위'가 현실이 되려면 연구실의 큐비트가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위로 올라와야 한다. 반도체에 이어 '양자칩'까지 한국의 제조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K-퀀텀의 진짜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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