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세븐에이트'37% 격차 이중가격, '뿔난 약사들' 집단 반발
지역 약사회, 특단 조치 없으면 '불매 운동' 불사
사측 "다이소 판매 일시 중단, 논의 후 재개 결정"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4-05-21 16:01:00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동성제약이 판매 중인 염모제 '세븐에이트'가 일선 약국보다 '다이소'에서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자 지역 약사회가 동성제약에게 사과와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동성제약은 불매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지역 약사회의 강경 입장에도 다이소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관련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동성제약의 세븐에이트는 약국 외에도 다이소에 유통 중이다. 다이소에서는 세븐에이트 50g 제품이 5000원에 판매 중이며, 일선 약국에서는 동일 제품이 약 8000원에 판매돼 다이소보다 무려 37%나 비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제품을 구매할 때 약국보다 다이소 구매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세븐에이트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약국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냔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성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븐에이트 판매 방식은 '회사-약국-소비자'로 이어지는 방식과 '회사-도매-다이소-소비자'로 판매되는 방식으로 확인된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도매상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단계가 한 단계 줄어 유통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회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다이소로 넘어가는 구조다. 때문에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마진과 보관비·물류비 등을 고려하더라도 더 비싸게 판매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븐에이트는 다이소보다 약국에서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전남약사회는 "약국 공급가보다 훨씬 싼 다이소의 판매가를 보면 동성제약이 그동안 얼마나 비싸게 약국에 공급해 왔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며 "소비자들이 약국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마치 약국이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고 오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동성제약 측에 소비자들과 가격 마찰로 인한 민원을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동성제약은 '성분과 구성품이 달라 그렇다'는 어이없는 해명만 내놓았다"며 "동성제약의 이런 행위는 약사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동성제약이 약사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 약사들에게 손해가 가든 말든 자사의 이익만 취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약사회는 동성제약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공정한 약업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책임 있는 시정조치를 이행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남약사회는 동성제약이 시정조치에 나설 부분으로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동일 제품명의 염모제 전체 수거 ▲다이소 판매 시 제품의 상품명과 포장을 약국 제품과 달리할 것 ▲약국 유통가격 인하 등을 내걸었다. 시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동성제약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동일 제품을 두 가지 경로에 판매하면 제품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제품의 용량이나 포장을 달리해 가격을 이원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동성제약은 이를 간과하면서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동성제약은 약사들을 달래기 위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현재 도매상을 통해 다이소에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 일시적으로 발주 중단한 상태로, 내부 검토를 거쳐 판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가경제가 21일 복수의 다이소 매장을 찾은 결과 해당 제품이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돼 전남약사회의 성명 발표 이후 약 2주 동안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