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장기화 후폭풍...증권사들 모여 "강경 대응"

체결된 주문 취소 초유의 사태, ATS-증권사 "책임 없다"
증권사들 "확실한 안정성 확인해야"...'셧다운' 장기화

윤중현 기자

junghyun@megaeconomy.co.kr | 2024-08-29 17:37:44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이달 초 발생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취소 사태가 서비스 중단 장기화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미국 야간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 측에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셧다운’ 상태인 미국 주식 주간거래 일정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에서 해외주식 거래를 담당하는 19개 증권사 부서장급 이상 실무자들은 비공개 회의를 갖고 미국 주식주간 거래 서비스 재개 여부를 중점으로 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투협을 통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미 수 시간 전에 체결된 주문까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블루오션의 확실한 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된 다음에야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달 5일 블루오션은 거래체결시스템 셧다운으로 오후 2시 45분 이후 체결 거래를 일괄 취소했다. 해당 공지는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 40분쯤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 19곳에서 6300억원(약 9만 계좌) 규모의 거래 취소 금액이 발생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주간거래를 중단하고 주문 취소 및 복구 작업을 진행했지만 취소된 계좌 복구 작업이 길어지면서 주간거래뿐 아니라 정규장에서까지 거래를 못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정규 거래까지 매매 중단이 이어져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고객 보상을 두고는 양측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투자자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 블루오션은 갑작스러운 체결주문 취소에는 사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현지 ATS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 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 등도 이번 사태에 대한 블루오션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도 고객들에게 민원 검토 회신문을 보내 과실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미국 주식 투자자는 “증권사도, ATS도 서로 책임지지 않아 투자자들만 손해 보고 있다”며 “오늘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일에도 주간거래 서비스는 중단 상태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엔비디아는 현지 시간 기준 오는 28일 미국 정규장 마감 뒤에, 한국 시간 기준 29일 새벽에 실적을 발표한다. 평소라면 29일 실적 결과를 보고 주간거래 서비스를 이용해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으나 이번에는 불가능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공동으로 비슷한 피해를 봤기 때문에 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되야만 우리도 안심하고 서비스를 다시 오픈할 수 있다”며 “서학개미들이 많이 늘어난 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업계에서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블루오션 주문량의 대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며, 이 가운데 한국인 비중은 40∼60%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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