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019년 업비트 이더리움 탈취 사건...북한 짓 첫 확인
국수본 , 정찰총국 산하 해커집단 가담해 탈취
북한 말 '헐한 일' 흔적…6억원 비트코인 스위스서 환수
오민아 기자
finance@megaeconomy.co.kr | 2024-11-21 14:55:39
[메가경제=오민아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1일 북한이 2019년 11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보관 중이던 이더리움 34만2000개 탈취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 당시 시세로는 약 580억원 상당이다. 그간 북한의 가상자산 해킹에 대한 유엔 보고서나 외국 정부의 발표는 있었지만, 국내 수사기관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북한의 IP 주소와 가상자산의 흐름, 북한 어휘 사용 흔적,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로 확보한 자료 등을 종합한 결론이다.
경찰은 모방 및 재범 우려를 이유로 구체적인 공격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공격에 사용된 컴퓨터에서 북한 말인 '헐한(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용어를 쓴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북한이 탈취한 이더리움의 57%는 북한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교환 사이트 3개를 통해 시세보다 2.5% 싼 가격에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 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나머지 이더리움은 해외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된 후 세탁됐다.
경찰은 2020년 10월 비트코인으로 바꿔치기 된 일부 피해 자산이 스위스의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여러 해킹 조직을 두고 있는데 김수키는 정부기관을, 라자루스는 금융기관을, 안다리엘은 군·국방분야를 주로 표적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로 주요 해킹 조직들이 협업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 가상자산 중 일부가 비트코인으로 바뀌어 스위스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된 사실을 파악했다. 스위스 검찰에 해당 가상자산이 한국 거래소가 탈취당한 것의 일부라는 점을 증명하고, 수차례에 걸친 화상·전화 회의, 스위스 연방검찰청사 방문 등 피해자산 환수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양국 간 형사사법공조를 4년 가까이 진행한 끝에 해당 거래소로부터 지난달 4.8비트코인을 환수해 업비트에 돌려줬다.
경찰 측은 "스위는 환수를 위한 협조로 피해 거래소에 일부를 돌려줄 수 있었지만 이외 해외 거래소에선 우리 요청에 대해 회신이 오지 않거나 거절했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있지만, 해외에선 아닌 경우도 있고 거래소들이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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