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첩혈쌍웅②]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6세대 HBM4, 왕좌의 게임'

삼성전자, 공격적인 시설 투자와 맞춤형 제품 개발로 추격
SK하이닉스, 앞선 기술력과 CXL 상용화로 우위 확보 노력
양사 경쟁, K반도체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이끈 원동력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02-08 08:34:19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반도체 라이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산업을 주도할 HBM 반도체 시장을 놓고 벌일 혈투의 서막을 알렸다. 메가경제는 2부에 걸쳐 한국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본다. 1부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분야에 있어 초월적인 위치였지만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가 이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비결, 2부에서는 양사의 역량과 전략을 살펴 본격적인 AI시대 주도할 6세대 HBM4의 진정한 주인은 누가 될 것인지, 이러한 경쟁 속에서 K반도체가 현재 위기를 딛고 지속적인 우위를 선점 가능한지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누가 6세대 HBM4 시장의 승자로 남을 것인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는 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엄청난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고성능 메모리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특히 6세대 HBM4는 이전 세대 대비 2배 향상된 데이터 전송 속도와 3배 향상된 용량을 자랑하며, AI, 고성능 컴퓨팅(HPC), 5G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로부터 HBM 왕좌를 뺏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메가경제]

 

삼성전자는 최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HBM판매량이 매 분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향후 고객 맞춤형 HBM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HBM 선두’ 자리를 내줬던 삼성전자가 올해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칼을 빼든 것이다.

이에 걸맞게 삼성전자의 추격은 매섭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4세대인 HBM3를 첫 양산했고, HBM 판매량은 같은 해 4분기에는 40%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세를 몰아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와 HBM 왕좌를 놓고 일전을 치룰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내 일부 건물을 인수해 HBM 생산시설로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반도체 장비사에 1조원 규모의 HBM 장비를 발주하기도 하는 등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막강한 자본과 물량을 앞세워 SK하이닉스를 압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뒤질세라 SK하이닉스도 앞선 기술력으로 삼성전자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에 있어 HBM3와 HBM3E(5세대)의 선단 제품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그 비중이 90%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HBM3E의 판매량이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3E은 8단 샘플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올 상반기 HBM3E를 시장에 공급할 준비를 마쳤다.

증권가는 올 상반기는 SK하이닉스, 하반기는 삼성전자의 우세를 점친다. 삼성전자의 HBM 월간 생산량은 지난해 2분기 2만5000장에서 올해 4분기 15만~17만장까지 확대되고, SK하이닉스의 HBM 월간 생산량은 지난해 2분기 3만5000장에서 올해 4분기에 12만~14만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HBM 생산능력은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 SK는 꿈의 제품인 CXL을 상용화시켜 경쟁력 우위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사진=메가경제] 

 

하지만 진정한 승부는 6세대 HBM4로 2025년에 갈릴 예정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이지만 HBM4 메모리 스택은 2048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특징으로 한다고 알려졌다. 이전 세대는 1024비트 인터페이스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HBM3E 스택처럼 최대 9 GT/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한다.

HBM4는 그야말로 AI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고성능, 초고용량, 초저전력을 현실화시킨 괴물급 반도체인 셈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의 주도권을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는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HBM4)시장이 열릴 시점이 2025년 2026년 요 사이로 보고 있다. 이 타이밍에 맞춰서 잘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양사가 준비하는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TSMC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맞춤형 반도체에 드디어 나설 채비를 갖췄다.

표준 제품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인 커스텀 HBM제품도 함께 개발 중인 것. 삼성전자는 커스텀 HBM 시장에서 파운드리, 시스템LSI, 어드밴스드 패키징팀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CXL을 상용화시켜 HBM 경쟁에서의 우위를 차세대 D램 시장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CXL은 PCIe 기반으로 CPU, GPU, 가속기 등 여러 장치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통합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이를 사용하면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DDR5만 탑재한 기존 시스템 대비 최대 50% 대역폭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용량 확장도 최대 50~100%까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D램을 개발했다. 양사는 이 차세대 D램의 왕좌를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내년 HBM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접어든다. 6세대 HBM4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6세대 HBM4 시장 경쟁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승자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두 회사 모두 기술력, 생산성, 고객 확보 능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양사의 경쟁은 AI 시대를 주도하는 K반도체의 비상을 이끌고 있다. 이는 한때 3강의 한 축을 차지하던 미국 마이크론을 멀찌감치 떼어놓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KB증권은 "마이크론은 HBM3를 건너뛰고 HBM3E 양산으로 직행할 계획이지만, 양산 물량이 전체의 10% 미만이고 점유율 확대도 쉽지 않아 고객사와 협업을 통해 성능·품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현실적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라이벌 경쟁을 넘어 K반도체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K반도체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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