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Talk] 간 수치 이상, 단순 지방간이 아닐 수 있다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2-04 14:48:36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최근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간 기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간 수치 상승이 확인되면 흔히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알코올성 간 질환을 원인으로 의심하지만, 이러한 요인이 배제됨에도 이상 소견이 지속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Autoimmune Hepatitis, AIH)을 고려해야 한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자신의 간세포를 외부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만성적인 간 염증을 유발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중년 이후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등 흔한 원인이 배제됐는데도 간 효소 수치 상승이 지속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을 포함한 면역성 간 질환에 대한 정밀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만성 질환이지만 임상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환자의 약 3분의 1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다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이상이 발견돼 추가 검사 과정에서 진단된다.
문제는 무증상 상태에서도 질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의 약 15~30%는 진단 시점에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된 상태로 확인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급성 간염과 유사한 전격성 경과를 보이며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상태에서도 간 손상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어, 단순한 간 수치 이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간 효소 수치 상승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시에 항핵항체(ANA), 평활근 항체(SMA) 등 자가항체 존재 여부를 평가해 면역학적 이상을 확인한다.
다만 혈액검사만으로는 간 염증의 활성도나 섬유화 진행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간 조직검사를 통해 염증 정도와 간 손상 범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가면역성 간염 치료의 목표는 면역 반응을 조절해 간 염증을 억제하고, 간경변증이나 간부전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있다. 현재 표준 치료는 스테로이드제(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면역억제제(아자티오프린)를 병용하는 방식이다.
치료 후 간 수치가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질환이 완전히 소실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재발이 흔해, 치료 중단 시 약 20~50%에서 재발이 보고된다. 이에 따라 장기간,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치료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치료 반응이 좋은 질환이지만, 면역 질환의 특성상 재발 위험이 높다”며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장기간 관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 기능 수치가 정상화된 이후에도 유지 용량의 약물 치료와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지속하는 것이 장기 예후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갑상샘 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필요 시 관련 진료과와의 협진이 중요하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예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간 수치 이상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조기에 전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자가면역성 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 후 전문적인 치료와 관리가 이뤄진다면 간경변이나 간부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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