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종석의 테러리스트, 25년 전 경고가 현실이 되다
조종사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사와, 채용 이후 이어지는 상시 모니터링 필요
“조종석은 승객이 신뢰하는 자리…신뢰 지키는 것이야말로 항공보안 본령”
문기환 기자
mjwriter@daum.net | 2026-10-07 15:33:54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두바이를 떠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FZ1073편 조종석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부기장이 비상용 도끼로 기장을 공격하고 조종간을 빼앗으려 했다.
UAE 검찰은 이 사건을 '테러 공격 시도'로 공식 규정했다. 공중납치범이 조종실 문을 부순 것이 아니다. 테러리스트가 처음부터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25년 전의 경고
필자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항공보안 업무를 맡고 있었다. 전 세계가 '어떻게 하이재킹을 막을 것인 가'에 매달릴 때, 필자는 다른 그림을 걱정했다. 테러조직이 굳이 승객석에서 조종실 문을 부술 필요가 없 는 시나리오다.
잘 훈련된 정예 요원을 정식으로 비행훈련을 받게 하고, 실제 항공사에 조종사로 취업시킨 다면 어떻게 될까. 그 조종사는 어느 날 아무 저항 없이 조종간을 쥐고 비행기를 몰아 목표 시설로 돌진할 수 있다. 하이재킹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조종실에 들어간 테러리스트'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종사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사와, 채용 이후에도 이어지는 상시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 하다고 제기했다. 당시에는 지나친 우려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가 본 곳
그러나 지난 25년간 '조종사발 위협'은 주로 다른 방향에서만 다뤄졌다. 2015년 저먼윗스 9525편 부기장의 고의 추락처럼, 조종사의 정신건강과 자살 성향이 논의의 중심이었다. 조종사 적성검사와 심리상담이 강화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하지만 '의도를 가진 테러리스트가 조종사가 되는' 가능성, 즉 급진화된 내부자의 계획적 공격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았다. 우리는 조종사의 마음속 질병은 들여다보려 했지만, 조종사의 신념과 배경은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다
이번 사건은 필자가 2001년에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29세 오만 국적 부기장은 2024년 극단주의 자료 소지가 문제가 돼 오만항공에서 비행 업무에서 배제됐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는 다른 항공사를 거쳐 다시 조종석에 복귀했고, 하필 이스라엘행 노선을 몰았다. 한 항공사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조종석에서 내린 사람이, 1년여 만에 다른 항공사 조종석에 다시 앉은 것이다.
조종석의 테러리스트, 25년 전 경고가 현실이 되다
조종사가 마음만 먹으면, 182명이 탄 여객기 한 대가 그대로 9·11에 버금가는 초대형 테러 무기가 된다. 미 사일 방어망도, 기내 보안검색도, 어떤 첨단 장비도 조종석 안의 위협은 걸러낼 수 없다.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단독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그 결론이 무엇이든 구조적 허점은 그대로 남는다. 이번에는 승객들의 용기로 참사를 면했지만, 그 행운이 매번 반복될 수는 없다.
이제는 조종사 보안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조종사에 대한 전면적인 보안체계가 필요하다.
1. 심층 신원조사.
채용 단계의 검증을 단순 범죄경력 확인 수준을 넘어, 급진화·극단주의 징후까지 들여다보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2. 재직 중 상시 모니터링.
채용으로 끝나지 않고, 근무 기간 내내 행동·보안 리스크를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3. 항공사·국가 간 정보공유.
한 항공사가 비행에서 배제한 조종사 정보가 다른 항공사와 국가로 공유되도록 위험인물 정보 공유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부기장이 한 회사에서 배제된 뒤 다른 회사 조종 석에 다시 앉은 것이 바로 이 공백 때문이다.
4. 급진화 조기경보.
급진화 징후에 대한 신고·대응 절차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이제야 외국 항공사 조종사 검증 공백을 손보려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그 흐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우리 항공사와 공항의 조종사 보안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신원조사와 모니터링은 인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투명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바로 그 균형을 잡 는 일이 제도의 핵심이 될 것이다.
신뢰의 전제를 다시 세울 때
조종석은 승객이 가장 깊이 신뢰하는 자리다. 그 신뢰가 있기에 우리는 이름도 모르는 조종사에게 수백 명 의 목숨을 맡기고 비행기에 오른다. 동시에 조종석은 가장 치명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항공보안의 본령이다.
25년 전의 경고가 현실이 된 지금, 조종석에 앉는 사람에 대한 신뢰의 전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본 칼럼의 내용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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