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설명서 디지털 전환…가독성·이해도 '뚝'(上)
종이 설명서 PDF화…가독성 개선 미흡
정보 풍요 속…이용자 정보 탐색 어려움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리 관건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8-10 14:59:46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의약품 설명서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읽고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존 종이 첨부문서를 PDF 형태로 옮기는 데 그친 e-라벨이 의약품 정보 전달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e-라벨의 가독성과 이해도가 종이 첨부문서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약국 현장에서는 QR코드 뒤에 어떤 정보를 담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e-라벨의 실효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사회약학회에 따르면 e-라벨이 의약품 정보 전달에 있어 가독성과 이해도 등이 종이 첨부문서보다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권경희·이재성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원이수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제약바이오산업학과, 손수완·양진욱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 교수 연구팀은 비처방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에 대한 종이 전단지와 e-라벨의 가독성을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의약품 정보 추적도 평균은 의약품 종이 첨부문서 10.13명과 e-라벨 9.00명이며, 이해도 평균은 의약품 종이 첨부문서 9.80명과 e-라벨 8.87명으로 나타났다. 정보 추적 여부와 정보 탐색 시간은 5점 만점에 종이 첨부문서 3.33점 및 e-라벨 2.92점으로 가독성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항별 추적도는 종이 첨부문서 3~15명과 e-라벨 2~15명으로 조사됐으며, 문항별 이해도 평가 점수는 종이 첨부문서 3~15명과 e-라벨 2~14명으로 분석됐다. 문항별 가중추적도(추적 속도)는 종이 첨부문서 1.47~4.87점과 e-라벨 1.40~4.27점으로 최저/최고점 모두 e-라벨이 종이 첨부문서보다 낮았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글자 크기가 작으며, 줄 간격이 좁고 빽빽하게 기재돼 필요한 내용을 찾아 읽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문단의 단락 구분 없이 내용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제목과 본문의 글자 크기가 같아 새로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첨부문서에 너무 많은 양의 내용이 담겨 읽고 싶은 동기가 떨어지고, 유사한 정보 반복 및 전문용어가 다량 사용돼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첨부문서의 표현이 애매모호하고, 의학적 전문성이 요구됨에도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하도록 요구하는 문장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해 첨부문서에 접근하는 과정 자체에 불편함도 제기되는 등 ▲접근성 ▲가독성 ▲활용도 보장 등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의약품 첨부문서의 경우 여전히 소비자의 가독성과 활용도를 보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종이 첨부문서의 형식을 그대로 PDF 파일로 전환해 제공하는 현행 e-라벨 제공 체계의 한계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 정보가 전자적으로 제공된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가독성과 활용도를 높인 정보를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가독성이 높은 e-라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자적 정보제공의 특징을 고려해 표준화된 플랫폼과 사용자 중심의 내용과 형식을 반영한 인터페이스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종이 및 e-라벨로 제공되는 의약품 첨부문서의 가독성과 활용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지침을 규정 내 명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의약품 표시 전담 조직 신설 ▲의약품 허가심사시스템 내 첨부문서의 가독성에 관한 자료 제출 및 검토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첨부문서의 대상이 구분되지 않아 보건의료전문가와 환자가 같은 내용과 형식의 첨부문서를 통해 의약품 정보를 전달받는 구조로 인해 소비자가 첨부문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게 됨을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려면 의약품 첨부문서의 대상을 보건의료전문가와 소비자로 구분해 사용자를 고려한 정보제공의 이원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사용자가 편리하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상 맞춤형 내용이 기재된 첨부문서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QR코드 뒤 데이터베이스…e-라벨 실효성 좌우
약국 현장 일각에서는 e-라벨의 실효성 판단 시 QR코드를 통해 연결되는 의약품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얼마나 충실하게 구축돼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규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의약품 정보를 찾는 환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보다 환자의 상황에 맞는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약사는 환자의 복용 상황과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해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전달할 수 있지만, e-라벨은 이용자가 제공된 정보 가운데 자신의 상황에 맞는 내용을 직접 찾아야 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 체계가 중요하다는 견해다.
김태규 이사는 다양한 참고자료를 활용하고 자료 간 교차검증을 거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환자에게 자신의 상황에 맞는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e-라벨의 정보 데이터베이스는 한 번 구축한 뒤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도 있음을 설명했다. 이용자들의 문의나 불만을 수집해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고, 외부에서 새롭게 확인되는 의약품 관련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김태규 이사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리에 비용이 소요된다"며, QR코드 기반 e-라벨 서비스 구축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정보를 얼마나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서비스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이 의약품 정보를 직접 찾아보려는 수요는 있지만, 본인의 약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확인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검증·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