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아시아 패션·뷰티 변방에서 중심 선언

몽골 패션위크, 몽골 패션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
혁신 통한 도약...아시아모델페스티벌과 몽골 패션의 인연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05-20 16:31:37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는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하이엔드 패션 시장을 선도하는 선구자로 거듭났다. 칭기즈 칸 시절 전 세계를 호령하다 오랜 정체기를 겪었던 몽골은 혁신을 통해 아시아 패션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지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을 발판 삼아서다. 


지난 4월 30일에서 5월 4일까지 몽골의 수도 올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회 몽골리아 패션위크 위크 2024’(이하 몽골리아 패션위크). 이 행사는 몽골에서 활동하는 톱모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들이 총집결해 몽골 패션의 역량을 글로벌 패션계에 알렸다. 

 

▲ '몽골리아 패션위크 2024'. [사진=몽골리아 패션위크 조직위원회]   ▲ 몽골리아 패션위크 2024에서 펼쳐진 고비 패션쇼. 고비는 몽골 최대이자 세계 5대 캐시미어 브랜드이다. [사진=몽골리아 패션위크 조직위]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이산 언덕을 무대로 열린 패션 갈라쇼에는 몽골 전통 음악과 현대적인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명 디자이너들과 신진 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해 전통 의상의 모티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부터, 몽골의 자연을 표현한 디자인, 독창적인 패턴과 소재를 활용한 작품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쏟아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몽골을 대표하는 톱모델들은 섬세한 표정과 카리스마 넘친 워킹으로 이 나라 패션산업의 세계화를 향한 열정과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행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 세 명 있었다. 우선 몽골 패션계의 역사적인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한 모델 앵흐바트(예명:인디고). 그는 ‘몽골 패션 예술 협회’ 회장이자 자국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또 다른 인물들은 국내 패션계의 거장 이상봉 디자이너 그리고 한국 모델계의 거목 양의식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회장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세 사람에게는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몽골리아 패션위크’ 조직위원회는 이번 원년 행사에서 양의식 회장과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그렇다면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은 어떻게 몽골 패션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션계의 지나온 큰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이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엘리트 모델대회인 '페이스 오브 아시아' [사진=AMFOC]


패션 시대를 이끈 변곡점에는 평행 이론과도 같은 3가지 사건이 겹친다. 첫째는 19세기 자동차의 발명 같은 기술 혁신, 유럽 상류층들은 기존의 말과 마차 대신 자동차로 교통수단을 바꿨고, 이는 여행 문화를 촉진시켰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그리고 구찌는 이를 선도적으로 예감하고 상류층 여성들을 사로잡을 여행백을 내놓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서의 토대를 쌓았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은 2005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의 시작과 궤적을 같이한다. 시간과 공간을 허물고 사람과 사람사이를 정보로 연결하며 지구를 하나로 묶는 유투브. 이를 통해 중산층 소비자들도 에르메스, 로로 피아나 등 일부 초고가 브랜드를 제외한 하이엔드 브랜드 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은 이와 같은 혁신의 흐름을 잘 활용해 회원국 29개국과 함께하는 모델 기반 패션ㆍ뷰티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둘째는 1940년대 2차세계대전, 세계사에서 가장 끔찍했던 이 기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패션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전을 이끈 시대였다. 군인들을 위한 트렌치코트를 제작했던 버버리, 휴고보스, 무엇보다 전쟁으로 가죽 등 전통적인 소재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이를 대신한 합성피혁, 대나무와 같은 신소재의 폭발적인 팽창으로 이어졌다. 디자인도 보수적인 기성세대 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 어필 가능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 몽골리아 패션위크 조직위원회는 양의식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조직위원장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를 알리는 특별 프로그램을 꾸렸다. 양의식 회장이 등단해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몽골리아 패션위크 조직위원회]


2020년 사상초유의 코로나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상기온은 기존 패션ㆍ뷰티계의 소재 공급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 등 세계 패션 및 뷰티 업계는 친환경 가죽(식물성), 저탄소 원단 등을 사용한 패션쇼를 적극 도입하며 MZ세대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향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은 대면이 원천 차단된 코로나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비대면 패션모델 대회를 진행하는 혁신을 선보였다. 그 결과 2020년 업로드 영상 800여개, 총 조회수 약 1천만 돌파, 인스타그램은 콘덴츠 119개 조회수 약33만, 유튜브는 콘덴츠 642개 조회수 약 297만 무엇보다 페이스북은 컨텐츠 수가 40개에 불과하지만 조회수는 가장 많은 약 758만을 기록했다. 아시아인들이 직접 참여한 투표 수도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1억 표가 넘는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셋째는 1950년대 헐리우드 영화, 전설적인 영화배우이자 셀럽이었던 그레이스 켈리의 켈리백(에르메스), 제인 버킨의 버킨백(에르메스), 오드리헵번의 슈즈(페르가모), 마릴린 몬로의 샤넬 넘버 파이브(샤넬) 등은 영화라는 새로운 매스미디어 수단과 함께 하이엔드 패션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 몽골 톱모델 앵흐바트(*예명:인디고), 그는 몽골 패션 모델 계의 리더로서 자국 패션산업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앵흐바트는 양의식 회장과 아시아모델페스티벌에서 배운 부분들을 도입하고 있다.
2006년 몽골 모델 앵흐바트는 데뷔했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2년 아시아모델페스티벌의 3대 행사중 하나인 아시아모델어워즈에서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모델 혜박, 김재범, 가수 아이유, 에이핑크, 카라, 레인보우, 엠블랙, 박재범, 비스트, 배우 이정진, 최지우, 차예련, 조동혁 등 글로벌을 호령하던 한류 스타들과 나란히 수상하면서였다.

이후 그는 도쿄 메르세데츠 패션위크, 몽골 최고 캐미시어 브랜드 ‘GOBI’, ‘타라 엔도’ 등 다양한 국내외 패션쇼를 비롯해 방송, 영화 등을 오가며 몽골 대표 모델테이너로서 입지를 굳혔다. 또한 앵흐바트는 ‘몽골 패션 예술협회’ 회장으로서 아시아모델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몽골 패션계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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