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세] 아이들에게 AI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국내 중고생 67.9% 생성형 AI 사용 경험…오류·편향성 확인 교육 부족
학습 도구 넘어 고민 상담 상대까지…정서적 과의존 예방 교육 필요
이상원 기자
sllep@megaeconomy.co.kr | 2026-10-22 14:25:14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편리함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딥페이크’·‘AI 보이스피싱’ 같은 신종 범죄와 사이버 폭력, 허위정보 확산 등 새로운 사회문제도 낳고 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의 소외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올바른 AI 활용부터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 등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디·세(모두를 잇는 신뢰의 디지털 세상)’를 통해 AI와 디지털 기술이 만든 변화와 그 이면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생성형 AI가 학생들의 공부 방식을 바꾸고 있다. 수학 문제 풀이와 영어 번역은 물론, 글쓰기 소재 발굴과 자료 요약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나 과제를 빨리 끝내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AI 교육이 질문을 입력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활용법에 머문다면 사고력과 검증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22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I가 학생들의 학습과 일상으로 확산될수록 답변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스스로 활용 범위를 판단하는 교육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출처 확인과 개인정보 보호뿐 아니라 챗봇에 대한 정서적 과의존을 예방하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2월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 13~17세 청소년의 54%는 학업에 AI 챗봇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미국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가 올해 8월 공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학업에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교사와 AI의 안전한 사용법에 관해 이야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국내 조사에서도 AI 활용과 교육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5778명을 조사한 결과, 67.9%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등학생은 74.5%, 중학생은 61.6%였다.
반면 AI 정보의 오류·편향성을 확인하는 교육 경험은 4점 척도에서 2.19점에 그쳤다. 활용 방법 교육은 2.24점, 작동 원리 이해 교육은 2.25점, 개인정보·저작권 침해 관련 교육은 2.33점이었다. 전혀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이 1점, 자주 받았다는 응답이 4점이다.
활용법 편중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결과를 검토하도록 돕는 교육 전반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교육의 과제는 학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 아동·청소년의 49.5%는 AI 챗봇이 자신을 이해해 준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끔 그렇다는 응답이 41.3%, 항상 그렇다는 응답이 8.2%였다. 챗봇이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정서적 교류의 상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챗봇과 대화하며 감정을 정리하는 경험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친절한 반응을 인간의 이해와 공감으로 받아들이거나 조언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결과물 제작과 활용 성과만 강조하는 교육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AI는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출처로 제시하거나 사실과 추정을 섞어 답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AI로 글이나 이미지를 만들더라도 오류를 발견하고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도구 조작을 익힌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질문과 검증을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묶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적고 AI 답변을 교과서나 공공기관 자료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출처가 실제 존재하는지, 원문이 답변을 뒷받침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평가 역시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무엇을 의심하고 어떤 근거로 수정했는지 살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가정의 지도도 중요하다. 이름과 연락처, 성적표, 친구 사진 등을 무심코 입력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고민 상담이 챗봇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주변 사람과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 투자도 기기 보급과 유료 서비스 지원을 넘어 교사 연수와 검증 수업 자료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힘은 AI보다 빨리 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답변의 근거를 따지고 기술과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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