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첫 과제는 '세금폭탄 리스크' 헷징
잇따른 조세당국과 법정 공방...이미지 타격, 실적 악화 우려도
1천억대 국세청 상대 패소 이어 100억대 관세청 상대 최근 패소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3-09-11 14:42:45
[메가경제=주영래기자] 국세청과 1000억원대 소송서 패소한 한국필립모리스가 관세청과의 소송에서도 패소해 약 100억원을 납부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상표권 사용료를 놓고 관세청과 100억원대 소송을 벌였다. 법원은 1심에서 한국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에서는 패소해 소송 총비용까지 떠안게 됐다.
양대 조세당국과의 소송전서 2패를 당한 한국필립모리스는 법적 이슈로 약 11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해 경영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6800여억원이며 영업이익은 약 800여억원 수준이다.
법무 리스크는 지난 5월 새로 대표이사에 선임된 윤희경 대표에게도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필립모리스와 관세당국과의 소송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담배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수입해 한국 공장에서 담배를 제조·판매해 온 한국필립모리스에 대해 서울세관은 상표 및 지적재산권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해외법인에 지급 하던 로열티를 원재료 과세가격에 가산해 관세 34억, 부가가치세 37억, 가산세 26억원 등 총 98억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세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서 이를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수입하는 원재료 과세가격의 해외법인에 상표권 대가로 내는 로열티를 가산한 세관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승'이었다.
재판부는 "원재료 중 담뱃잎 등에는 체계화 된 구매 기술과 축적된 거래내역 등을 통해 '비용의 효율성'을 갖고 있는 판매자들의 노하우와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한국필립모리스는 수입 물품인 담뱃잎 등을 구매하기 위해 로열티를 지급했고, 원재료 등에 대한 구매 선택권이 없었으므로 이같은 담뱃잎 등 거래조건으로 로열티가 지급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로열티는 담뱃잎을 포함한 영업비밀뿐 아니라 완제품인 담배에 부착될 상표에 관한 권리에 대한 대가로 제공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로열티 중 영업비밀 이용 대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일부인데 당국이 전체에 세금을 매긴 것은 잘못이다. 로열티 중 상표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담뱃잎 등에 관한 권리사용료를 분리해서 (세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서 쓴맛을 본 관세당국은 곧바로 항소했다. 관세청의 항소로 진행된 2심 결론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2심 재판부가 관세 당국의 손을 들어줘서다.
2심 재판부는 "로열티의 지급 대상인 필립모리스 담배 완제품에 대한 상표, 디자인, 특허, 노하우, 영업비밀 등 무형 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물품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로열티가 물품과 관련돼 지급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한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1심과 달리 "상표권을 포함한 제반 권리는 유기적으로 결합해 담배 완제품에 구현된다"며 "물품가에 무형 재산권 전부가 구현된 게 아니라는 이유로 권리사용료를 산출하면서 해당 권리에 관한 로열티 부분을 가려내 공제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한국필립모리스와 관세 당국과 치러진 법정 공방은 1승 1패로 한국필립모리스가 상고할 경우 3심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필립모리스는 국내 시장에서 KT&G와 점유율 1위 경쟁을 하며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담배 업계 리딩 기업"이라며 "본업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법무 이슈로 수익성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필립모리스의 모회사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최근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글로벌 기업평판 조회 시스템인 '월드체크'에 '국제전쟁 후원자' 명단에 등록되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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