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에게 ‘원인·과정’ 교육…CRTC 새 데이터 설계법
기능평가 점수 중심 데이터…복잡한 임상 변화 파악 한계
분당서울대 연구팀 새 접근법…증상·기능 연계 검증 추진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9-03 14:20:54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이 환자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결과값뿐 아니라 해당 상태가 나타난 원인과 변화 과정까지 학습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 생존자 재활처럼 여러 요인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단일 기능평가 결과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3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양은주 재활의학과 교수 연구팀과 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정승현 교수 연구팀은 의료 AI 학습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임상 현실에 맞게 구성하는 새로운 접근법 ‘임상 현실 번역-구성(CRTC·Clinical Reality Translation-Construction)’을 제시했다.
기존 의료 AI는 보행거리, 기능평가 점수 등 특정 시점의 환자 상태를 수치화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이 같은 데이터는 환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해당 상태가 발생한 원인이나 변화 과정까지 담기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암 생존자 재활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암치료로 손발의 감각이 둔해지면 몸의 흔들림을 감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활동량이 감소할 수 있다. 이후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요인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인 보행거리만 측정하면 이동 능력이 저하됐다는 결과는 확인할 수 있지만, 감각 저하나 낙상 두려움, 활동량 감소 등 기능 변화에 영향을 준 요인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연구팀이 제안한 CRTC는 이 같은 임상 정보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기능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먼저 파악하고, 요인 간 관계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정리한 뒤 이를 시계열이나 그래프 등의 데이터 구조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학습 데이터의 구성 단계에 있다. 연구팀은 AI 모델의 성능이 아무리 높더라도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임상 정보를 모델이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환자에게 나타나는 변화의 원인과 과정을 데이터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RTC는 특정 AI 모델을 새롭게 개발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정보를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번역하는 데이터 설계 방법에 가깝다.
연구팀은 향후 암 생존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과 실제 기능 변화를 연결한 ‘증상-기능 연계 표현형’을 활용해 CRTC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재활 과정에서는 환자의 기능 저하 여부뿐 아니라 어떤 요인이 변화를 만들었는지와 회복 과정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증상과 기능 사이의 관계를 데이터로 구성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CRTC가 실제 의료 AI 개발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디지털 헬스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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