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현장] 美 10년물 5% 넘는데 증시는 왜 버티나…오건영 “금리보다 성장 봐야”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사업본부 단장 “고금리보다 지속 기간·상승 속도 중요”
AI 투자로 달라진 시장 공식…환율·금리 움직임보다 원인부터 따져야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09-30 14:19:05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금리가 몇 %면 시장이 흔들리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올라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봐야 합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는 고금리 국면에서도 증시가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의 절대 수준만으로 시장 방향을 판단하는 기존 투자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사업본부 단장은 금리 상승이 긴축과 물가 불안에서 비롯된 것인지, 성장과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에서 나타난 것인지부터 구분하고 금리의 지속 기간과 상승 속도, 성장의 동반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며 금리와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환경이 나타난 만큼 ‘고금리=증시 하락’이라는 기존 공식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오 단장은 “금리만 볼 게 아니라 성장을 함께 봐야 한다”며 금리의 숫자 자체보다 이를 움직이는 배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서울 사옥 국제회의장.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관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전문가 자산관리 세미나에서 대형 스크린 앞에 선 오 단장은 ‘금리·환율·정책, 내 투자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매크로 환경 변화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시점은 미국 장기금리가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때와 맞물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9일 장중 5.293%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5.6206%까지 오르며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는 29일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9월 글로벌 채권시장이 큰 폭의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버텼다. 기업 실적과 경기 흐름, AI에 대한 기대 등이 증시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전문가 세미나에서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사업본부 단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이날 세미나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관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의 개인투자자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에는 증시 유관기관과 금융투자업계, 언론사 등 42개 기관과 55개 상장사가 참여했다. 행사는 10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이날은 개인투자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열렸다. 


미국 장기금리가 5%를 넘어선 시점인 만큼 강연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금리로 향했다. 하지만 오 단장은 처음부터 금리 숫자만 좇지 않았다. 스크린에 금리와 환율, 주가의 움직임을 띄우며 그가 반복해서 던진 질문은 ‘얼마나 올랐나’보다 ‘왜 올랐나’에 가까웠다.

 

◊ “주가 빠져서 달러 뛴 게 아닙니다”


오 단장은 먼저 주가와 달러의 관계부터 짚었다. 주가가 급락하면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흐름이다. 하지만 두 자산이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과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가 찾아와서 주가가 빠진 것이고, 위기가 찾아와서 달러가 뛴 겁니다. 주가가 빠져서 달러가 뛴 게 아닙니다.”


주가와 달러를 놓고 이어진 설명의 핵심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였다. 과거 금융위기에서는 ‘위기’라는 공통된 원인이 주가 하락과 달러 강세를 동시에 만들어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주가 하락 자체를 달러 강세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오 단장은 “달러는 여전히 안전자산이라고 본다”면서도 주가는 위기가 아니더라도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급락했다고 곧바로 위기라고 판단하거나 환율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자산의 방향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가격이 움직인 방향만이 아니다. 주가와 환율이라는 결과 뒤에서 어떤 경제적 요인이 작동했는지까지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 축구 홈·원정으로 풀어낸 매크로…“승패 아닌 유불리 결정”


어려운 거시경제 설명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 단장은 축구 경기부터 사우나까지 일상적인 사례를 잇달아 끌어왔다.


매크로 환경은 축구의 홈·원정 경기에 빗댔다. 홈에서 경기한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도, 원정에 나선다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선수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금리와 환율, 물가도 기업과 투자자에게 이 같은 ‘경기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오 단장은 “매크로가 승패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유불리를 결정한다”며 “금리가 높을 때 유리한 기업이 있고 낮을 때 유리한 기업이 있으며, 환율과 물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도 사업구조와 부채 수준, 성장성에 따라 기업별로 받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 “5%보다 얼마나 오래 가느냐”


강연이 금리로 넘어가자 오 단장은 이번에는 사우나를 예로 들었다. 아무리 뜨거운 사우나라도 짧은 시간만 견디면 된다면 버틸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온도에 오랫동안 있어야 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금리도 절대적인 높이만큼이나 지속 기간을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금리 수준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높은 금리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중요합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섰다는 숫자만으로 시장 충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르는지와 함께 그 수준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를 봐야 한다. 상승 속도도 중요하다.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면 기업과 가계가 자금조달 계획을 조정하거나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등 대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짧은 기간 급격하게 뛰면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든다.

 

최근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부 재정 문제, 에너지 가격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다. 반면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과 성장 흐름, AI 기대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2009~2021년 공식으로 계속 투자할 건가요”


오 단장은 투자자들에게 익숙해진 시장 공식에도 물음표를 붙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21년까지 세계 경제는 장기간 저성장·저금리 환경을 경험했다.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고 금리가 내려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 반복됐다. ‘금리 하락=주가 상승’, ‘금리 상승=주가 하락’이라는 공식도 이 기간 투자자들에게 익숙해졌다.


오 단장은 강연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얘기 아닌가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있었던 패턴으로 계속 투자해도 될까요.”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 투자가 확대되면 자금 수요가 늘어 금리가 오를 수 있다. 동시에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주가 역시 상승할 수 있다. 같은 금리 상승이라도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에서 비롯됐는지, 강한 성장과 투자 수요가 금리를 끌어올렸는지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금리가 올랐다’는 결과에서 멈추지 않고 ‘왜 올랐느냐’까지 따져야 투자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 AI에 돈 몰리자 금리도 꿈틀…달라진 시장 공식


이어 화면은 AI와 투자 이야기로 넘어갔다. 오 단장은 최근 시장 환경을 바꾸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AI를 꼽았다. AI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막대한 자금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AI 관련 투자 확대는 성장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막대한 자금조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기대가 고금리 부담 속에서도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을 둘러싼 부담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오 단장은 과거 중국에서 대규모 도시화와 설비투자가 진행됐던 시기도 사례로 들었다. 경제 전반의 투자가 크게 늘면 자금 수요가 증가해 금리가 상승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지금도 투자자가 봐야 할 지점은 비슷하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성장자산의 방향을 단정할 게 아니라 그 금리를 만들어낸 자금 수요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자의 질문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금리가 5%를 넘었는데 주식을 사도 되나’에서 끝날 게 아니라 ‘그 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가 실제 성장과 기업 이익으로 연결되고 있는가’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 美 국가부채까지 이어진 AI 이야기…핵심은 ‘생산성’

 

AI 이야기는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까지 이어졌다. 오 단장은 부채를 급격하게 줄이면 시중 유동성이 감소해 경기가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성장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관건은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높여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AI가 주목받는 배경에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이 같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오 단장은 AI 자체의 성장 가능성만 강조하지는 않았다. AI를 기존 사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연 후반부에는 단기 주가에서 장기 포트폴리오로 시선이 옮겨갔다.


“당장 내일, 모레의 주가를 생각하지 마십시오. 긴 호흡에서 포트폴리오에 무언가를 담는다면 신경제를 담아야 할까요, 구경제를 담아야 할까요.”


오 단장은 신경제와 구경제를 단순히 나눠 투자 대상을 고르는 방식에도 선을 그었다. AI 자체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이를 기존 사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성장 과정에서 창출한 이익을 배당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기업 역시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관심을 둘 대상으로 제시했다.


금리에서 출발한 강연은 환율과 달러, AI, 미국 국가부채를 거쳐 장기 투자전략으로 이어졌다. 주제는 달랐지만 오 단장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간 설명에는 공통된 기준이 있었다. 시장에 나타난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움직인 배경과 원인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 단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다시 금리를 꺼냈다. 

 

“금리만 볼 게 아니라 성장을 함께 봐야 합니다. 금리가 몇 %인지보다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올라가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깊게 봐야 합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가운데 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와 성장 기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에서 과거 저금리 시대의 공식은 더 이상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다는 게 이날 강연을 관통한 설명이었다.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 지속 기간과 상승 속도, 그 배경에 있는 성장 흐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오 단장의 설명은 달라진 시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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