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씻겨도 남는다"…KAIST 교원 창업팀, PDRN 샴푸로 400억 정조준

고향은 이탈리아, 한국서 꽃 피운 PDRN 샴푸 '그래비티'
이해신 폴리페놀팩토리 대표 "코아세르베이트 기술, K-뷰티 판을 바꿀 것"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6-08 14:19:59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한 기자 간담회장. 헤어케어 제품 출시 행사치고는 분위기가 유달리 무거웠다. 연단에는 폴리페놀팩토리 이해신 대표와 함께 김명자 KAIST 이사장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대학 이사장이 교원 창업 기업의 제품 발표 현장에 직접 등판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폴리페놀팩토리가 이날 선보인 것은 '그래비티 PDRN 헤어 리커버리 샴푸'. 피부 재생 의약품 원료로 주목받아온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을 샴푸에 고함량 구현하는 동시에, 헹굼 과정에서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모발과 두피에 붙잡아두는 전달 기술까지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 이해신 대표와 정성진 박사가 그래비티 샴푸의 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원료의 출생지가 다르다...연어 말고 바다에서 뽑았다

이 대표는 원료부터 차별화 포인트를 짚었다. 그는 "국내외 PDRN 제품 대부분이 수입산 연어 유래 원료에 의존하는 구조"라고 짚으면서 "우리는 KAIST 연구 기반으로 해양 미세조류에서 고순도 PDRN 추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PDRN 원료를 자체 생산하는 기업은 라쥬란으로 유명한 파마리서치가 사실상 유일했는데, 폴리페놀팩토리가 두 번째 국산 생산처로 올라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PDRN 원료 시장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QY Research 기준으로 2024년 약 1008억 원 규모에서 2030년 1조 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대표는 "시장 성장성에 비해 공급망은 지나치게 단일화돼 있다는 것이 우리가 시장에 들어온 이유"라고 말했다.

◆ 그레비티 샴푸의 핵심은 "씻겨도 남는" 기술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전달 기술이었다. PDRN이 수용성이라 샴푸 헹굼 시 대부분 씻겨 내려간다는 것은 업계 내에서도 익히 알려진 구조적 한계다. 기존 PDRN 헤어 제품들이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를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 기술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코아세르베이트는 수용액이면서도 물과 혼합되지 않는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 상태로, 1920년대 네덜란드 화학자 헤리트 드 용이 처음 개념을 정립하고 이후 유럽 과학계가 생명 기원 연구의 핵심 모델로 발전시킨 이론적 토대다. 이 대표는 "발원은 유럽이지만, 이를 헤어케어 상용화에 접목한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 해양미세조류를 원료로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접착력이 강한 폴리페놀의 표면 결합 특성을 활용해 '폴리페놀 코아세르베이트 전달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PDRN이 헹굼 환경에서도 모발·두피 표면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접착성 전달 플랫폼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신제품에는 이 두 기술을 결합한 'Coacervate Adhesive PDRN Complex'가 100,000ppm 고함량으로 적용됐으며, 해당 기술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헤어 롱제비티' 대표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 2주 만 사용해도 탈락 모발 73% 감소

임상 데이터도 이날 공개됐다. 더케이피부과학연구소·선진임상연구센터 공인 인체 적용 시험 결과, 2주 사용 후 세정 시 모발 탈락 수가 73.66% 줄었다. 단 1회 사용만으로도 모발 뿌리 볼륨 43.02% 개선, 두피 진정 지표 68.04% 개선, 모발 윤기 61.62%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24시간 볼륨 지속률은 95.89%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독일 Dermatest Excellent 인증·프랑스 EVE VEGAN 인증을 획득했고, 납·비소·수은 등 주요 중금속도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명자 KAIST 이사장의 발언이었다. 김 이사장은 단순한 격려사를 넘어 자신이 30개월간 그래비티 샴푸를 직접 써온 소비자라는 점을 공개 석상에서 밝혔다. 그는 "탈모 방지는 물론 발모 효과도 체감했다"며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면 R&D 기반의 원천기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 론칭 2년 만에 300만 병, 올해 400억 목표

폴리페놀팩토리는 론칭 2년 만에 누적 300만 병 판매를 기록하며 올리브영 전 카테고리 1위, 이마트 오픈런, 일본 라쿠텐 K뷰티 3관왕, 아마존 연쇄 완판 등의 성과를 쌓았다. 올해 3월에는 국내 헤어케어 브랜드 최초로 세계 최대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프리미엄 전용관에 입점했고, 4월에는 프랑스 프랭탕백화점에 처음 진출하며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클린뷰티 채널의 원료 검증 수요가 높아지는 흐름에 맞춰 이번 신제품을 프리미엄 채널 중심으로 단계적 확장해 올해 4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비티 PDRN 헤어 리커버리 샴푸'는 이날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쿠팡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간담회 마지막 질의에서 이 대표는 헤어케어를 넘어선 확장 계획도 언급했다. PDRN의 항염 기능에 주목해 안구치료제와 관절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본격 착수한다는 것이다. 뷰티 원료로 검증된 PDRN 추출·정제 기술 플랫폼을 제약·바이오 영역으로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샴푸 회사에서 바이오 기업으로"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이날 간담회의 끝을 압축하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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