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글로벌 승부수⑬] 삼양식품, 불닭 볶음면으로 세계 입맛 강타
매운 불닭 맛에 동서 막론 열광, 해외 시장 고공 성장
전체 매출 67% 국외에서...올해 첫 1조 클럽 가입 임박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3-09-21 14:45:24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유통업체가 내수에서 다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메가경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글로벌로 향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성장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라면의 원조인 삼영식품. 이 집안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은 1998년 삼양식품이 화의에 들어가면서 어려워진 시기에 입사해 섬세한 미각과 디자인, 마케팅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K-푸드 대표주자로 꼽히는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출시됐다.
2011년 초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매운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 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탐방해 직접 시식하고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세계 모든 지역의 고추(청양고추,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를 혼합해 보면서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매일 계속되는 매운맛 시식에 약을 복용하기도 할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불닭볶음면은 2012년 4월 출시됐다. 개발에만 약 1년이 소요되었고, 이 기간 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가 투입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제품이었다.
불닭볶음면 출시 초기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대하고 커리, 핵,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확장 제품들이 인기를 얻자 곧바로 '대세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별다른 광고나 마케팅없이 이렇게 뜨거운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불닭볶음면은 한 번쯤 도전했거나 도전해봐야 하는 'K-푸드'의 아이콘이됐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8 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했다. 인기는 계속되어 출시 1년 만에 월 3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불닭시리즈의 전체 매출액은 6100억원이다. 이중 해외 매출액은 4800억원으로 국내 매출액을 3배 이상 앞질렀다. 삼양라면은 불닭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첫 1조원 클럽 가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불닭 시리즈로 선보인 후속 제품들 역시 불닭볶음면 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불닭볶음면에 크림소스를 섞어먹으면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레시피에 착안해 2017년 12월 국내 한정판으로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3개월간 3600만개가 판매됐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기존 불닭볶음면 액상 스프에 모짜렐라 치즈 분말, 크림맛 분말, 파슬리 가루를 넣어 크림파스타맛과 비슷하고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한번쯤 도전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8년 5월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정식 제품으로 출시되었으며 불닭볶음면과 함께 불닭브랜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불닭볶음면과 후속 제품들이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불닭브랜드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70% 이상이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은 삼양식품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경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해외에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폭발적인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2017년 1억달러, 2018년 2억달러, 2021년 3억달러, 2022년 4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현재 한국 라면 전체 수출액의 약 55%를 담당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및 강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지 대형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대량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파트너사가 보유하고 있는 물류시스템, 유통, 마케팅 역량을 활용하며 체계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최근에는 현지에 판매 법인을 설립해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일본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고 2021년 미국과 중국에도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인도네시아에도 판매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중국, 미국 등 주력 수출국에 설립한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현지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삼양아메리카는 메인스트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을,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와 더불어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아부다비 거점의 소비재 수출입 및 유통업체인'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SARYA GENERAL TRADING)'과 아랍에미레이트(UAE)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중동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중동과 더불어 유럽 시장 공략도 진행 중이다. 유럽은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지역으로,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한국 음식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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