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던 현대차, 러시아공장 매각 헐값 논란에 후속 파문 커질 듯

러시아 현지 공장 두 곳 1만루블에 최종 매각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손실증가 감당 못해

장준형

jjh@megaeconomy.co.kr | 2023-12-22 14:34:53

[메가경제=장준형 기자] 현대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 13년 만에 매각을 결정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러시아 공장 2곳의 매각가격은 1만루블로 한화로 약 14만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현대차는 2년 내 '바이백'(재구매) 옵션을 남겨뒀지만 기약 없는 우크라이나전쟁 때문에 현지 재진출이 가능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2020년 현대차가 500억에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포함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 1년 9개월만이다.  

 

▲현대차가 러시아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수자는 러시아 현지 투자회사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로 매각액은 정해졌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아트 파이낸스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트파이낸스는 지난 5월 러시아사업 철수를 결정한 독일 폭스바겐 칼루가 공장을 사들인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2010년 9월 연간 생산능력 약 23만대인 6번째 해외 생산거점 HMMR을 준공해 이듬해인 2011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 기준 23만4천대 규모였다. 2021년 23만4000대 차량을 생산하며 월 단위 시장점유율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러시아에서 자동차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그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26.5%(현대차·기아 합산)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은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루블화 가치도 하락하면서 지난해 2301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번 매각에 대해선 장기화되는 러-우 전쟁 종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적자와 유지비만 쌓이는 실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정부의 몰수 압박이 더해지며 각기삭골하는 심정으로 매각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된 러시아 공장의 장부상 가치는 약 4100억이다. 바이백 조건이 포함 됐으나 되살 때는 다시 협상을 진행해 가격을 정해야만 한다. 헐값에 내준 공장을 다시 수천억원을 들여 다시 사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틈을 노린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만 헐값에 매각한 것은 아니다. 작년 10월 일본 자동차기업 닛산도 바이백 조건을 넣으며 공장 등 러시아 내 자산을 단 1유로(약 1400원)에 매각했다. 프랑스 르노도 작년 5월 모스크바 공장을 모스크바시에 단돈 1루블(약 17원)에 매각한 바 있다. 토요타와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도 먼저 탈러시아를 감행했다.

이번 현대차의 공장 매각 결정에 따라 삼성과 LG도 러시아의 상황에 시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TV생산 공장, LG전자는 가전제품 생산공장이 역시 2년 가까이 가동이 멈춘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러시아 칼루가의 TV·모니터 공장 가동을 멈췄고, LG전자는 같은해 8월 루자 지역 가전·TV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매각 결정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현대차가 미국을 비롯해 체코, 인도,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 전기차 및 완성차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며 "일찌감치 글로벌 생산기지에 전략변화를 주고 있어 러시아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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