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X-ray] 롯데케미칼, 합성고무에 베팅…600억 유증으로 '탈(脫) 범용' 승부수

중국발 공급 과잉 속 고부가 합성고무 ‘엘라스토머’ 확대…설비 투자·재무 안정 ‘투트랙’
2024년 현금 36억까지 줄어든 롯데베르살리스에 전략 자금 수혈…지분 50%+α 유지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2-05 14:24:14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롯데케미칼이 합성고무 사업을 하는 계열사인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합성고무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그룹 내 핵심 화학 계열사의 설비 투자와 재무 구조 안정화를 동시에 노린 전략적 자금 지원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까지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6억 원으로 이는 2023년(약 217억 원)과 비교해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았다.

 

▲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7년 11월 전남 여수공장에서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 합성고무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당시 허수영(왼쪽 네 번째) 롯데그룹 BU장과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등 준공식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여기에 재고자산 금액도 2023년과 2024년 모두 800억 원을 넘어서 현금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이하 롯데베르살리스)의 유상증자(유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베르살리스의 출자 전 총자산은 약 4259억 원 규모로 이번 유증 자금은 설비 투자와 운영 안정성 확보에 사용된다.

 

아울러 롯데케미칼 측은 유증을 통한 자금 투입이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중장기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침체를 겪는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소재인 합성고무 소재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이번 유증을 결정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석유화학 업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특수 소재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번 유증은 롯데케미칼과 롯데베르살리스의 공동 출자 형태로 진행된다.

 

전체 유증 규모는 총 600억원으로, 양사는 각각 50%씩 300억 원을 분담한다. 주당 발행가는 5000원으로 책정됐으며 총 발행 주식 수는 1200만 주(각 600만 주)다.

 

이번 출자는 공정거래법 제26조에 따른 ‘특수관계인에 대한 출자’에 해당하는데 한마디로 롯데케미칼이 롯데베르살리스에 유증을 통해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케미칼의 출자는 오는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며 출자 이후에도 롯데케미칼의 해당 지분율은 기존과 동일한 ‘50%+알파’를 유지하게 된다.

 

이는 현재 롯데케미칼이 롯데베르살리스에 가진 지분은 50%+1주로 전체 지분의 약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고무처럼 다시 복원되는 탄성을 가진 고분자 소재인 합성고무인 ‘엘라스토머’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2013년 11월 롯데케미칼이 이탈리아의 베르살리스(Versalis)와 50대 50 합작사로 만들었는데 ‘50%+알파’ 체제를 유지해왔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출자의 목적을 “롯데베르살리스의 시설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유증 참여”라며 “특히 엘라스토머는 자동차 부품, 산업용 소재, 고기능성 플라스틱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로 최근 친환경·경량화 트렌드에 맞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증자를 통해 생산 설비 확충과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사회의 결의로 구체적인 자금 집행 시기와 방식, 세부 조건 등은 대표이사에게 위임했는데 현재 롯데케미칼 대표는 신동빈 회장과 이영준 대표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 범용 석유화학은 이미 한계… 살 길은 '고부가 소재'

 

그동안 롯데케미칼의 기존 주력 사업은 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에틸렌·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 같은 범용 석유화학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와 원유가 하락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마진이 급락해 실적에 악재를 줬다.

 

이 구조로는 장기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이미 롯데그룹 내 굳어져 ‘덜 만들고, 비싸게 팔 수 있는 소재로 가자’라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 중 엘라스토머를 핵심 사업으로 롯데케미칼은 지목했다.

 

리서치 기관인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합성고무 시장 규모는 약 350억 달러였는데 2034년쯤에는 500~600억 달러로 전망된다.

 

합성고무는 ‘자동차·전기차·산업설비 산업의 필요한 소재로 안전·내구·진동·소음과 직결된다. 전기차의 경우 고중량 배터리에서 고내열·고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합성고무가 사용된다.

 

또 차량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방음용 엘라스토머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증은 단순한 계열사 지원 차원을 넘어 롯데케미칼이 엘라스토머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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