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SK실트론 품고 'AI 반도체 제국' 시동
2~3조원 실탄 승부 전망…두산로보틱스 지분 정리해 인수 자금 마련
최태원 SK 회장 리밸런싱·지배구조 부담 덜고, 두산은 웨이퍼 확보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5-18 14:27:30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SK실트론 인수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그룹의 사업 지형이 친환경 에너지와 기계·자동화 중심에서 반도체 소재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인수합병(M&A)이 아니라 두산이 AI 반도체 시대 핵심 공급망 기업으로 변신하는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됐던 ‘5조원 인수설’과 달리 실제 두산 측 부담은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재무 부담 우려 역시 일정 부분 완화되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SK그룹과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 대상은 SK그룹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 등 총 70.6%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이번 거래 규모를 약 5조원 안팎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두산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이보다 낮은 2~3조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SK실트론이 자체적으로 2조원 규모의 차입을 이미 일으킨 상태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포함한 전체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5조원 인수설’로 정의한 측면이 있다”며 “실제 구조상 기존 차입금은 SK실트론이 부담하는 형태인 만큼 두산이 직접 투입해야 하는 금액은 나머지 지분 인수 대금 수준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 입장에서도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소재 기업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수준의 무리한 차입으로의 인수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실제 두산은 최근 수년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이어오면서 상당 수준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현재 약 1조원 수준의 투자 재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두산로보틱스 일부 지분 정리 등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SK실트론 품고 ‘AI 반도체 제국’ 판 키운다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산의 ‘사업 체질 전환’ 선언으로 해석한다.
두산은 과거 발전·플랜트·건설기계·연료전지 등 중후장대 산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지만, 최근 들어 AI 산업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따라 AI 반도체와 자동화·로봇 중심으로 사업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와 원전 사업을 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자동화·로봇 사업의 핵심인 두산로보틱스, 반도체 후공정 기업 두산테스나에 이어 SK실트론까지 확보할 경우 AI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제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중후장대 제조업 기반 그룹이었다면 앞으로는 AI 인프라 공급망 기업으로 변모하는 그림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에너지·로봇·반도체 소재라는 세 축이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다.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 3위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가 새겨지는 원판으로 사실상 반도체 산업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최근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웨이퍼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두산은 이미 지난 2022년 두산테스나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에 첫 발을 들였다. 당시에는 후공정 분야 중심의 제한적 진출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번 SK실트론 인수 추진으로 그룹 전략 자체가 본격적인 반도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테스나 인수가 반도체 산업 진입 선언이었다면 SK실트론 인수는 그룹 미래 성장축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거래”라며 “AI 시대 핵심 자산인 반도체 공급망 안에서 소재 경쟁력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 “최태원 짐 덜고 박정원 판 키웠다”…SK실트론 매각에 재계 ‘빅딜’ 술렁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SK그룹 입장에서도 의미하는 바 크다고 해석한다.
최근 SK그룹은 배터리·AI·반도체 중심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해 비핵심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SK실트론 매각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아울러 최태원 SK 회장의 개인 지분 문제 해소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개인 지분 29.4%를 확보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는 최 회장 개인 지분까지 포함하는 방향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SK 입장에서는 재무 유동성 확보와 지배구조 부담 완화라는 실리를 챙기고, 두산은 글로벌 반도체 핵심 소재 기업을 단숨에 확보하는 ‘윈윈 딜’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반도체 업황 특유의 변동성과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은 향후 두산이 관리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웨이퍼 산업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지속적인 설비 증설이 필수적인 분야인 만큼 인수 이후 추가 투자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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