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뛴 내부거래'…최창원式 에너지 재편, SK가스가 드러낸 인프라 전략의 실체

'7312억→3.4조' 2년만에 5배…LPG·가스 밸류체인 통합이 만든 거래액 증가
SK에너지·울산GPS로 모인 거래 축, 사익 논란보다 '공급망 안정'에 무게
일감몰아주기 논란 비껴간 SK가스…시장 대체불가 인프라 덕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1-13 14:28:04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SK가스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가 2026년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확대돼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주도하는 에너지 밸류체인 재편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인 SK가스가 SK그룹 내 계열사 간 올해 수의계약 방식에 따른 내부거래 계획 금액이 3조4559억원에 달하면서 자본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의 지분을 약 72%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챗GPT가 구현한 SK디스커버리와 자회사인 SK가스 관련 이미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사진=챗GPT4, SK디스커버리]

 

이는 2025년 실제 내부거래 규모인 7312억원과 비교해 약 5배 늘어난 수준으로, 단순한 계열사 간 거래 확대가 아닌 2026년부터 LPG(액화석유가스) 판매 및 저장·터미널·정압기지 등의 핵심 에너지 밸류체인을 SK그룹이 계열사 간 물류·저장·공급 기능을 내부화한 결과로 업계는 해석한다.

 

터미널이란 해외에서 수입한 LPG를 대형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이를 다시 내륙 수요처로 분배하는 중간 거점이다. 정압기지는 고압 상태로 수입·저장된 가스를 사용 목적에 맞는 압력으로 낮춰 공급하는 시설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공정한 시장 생태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정거래 측면에서도 공정위가 문제 삼는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매출을 집중시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핵심인데, SK가스의 거래 구조는 시장 대체가 어려운 에너지 인프라 영역에서 가격·조건이 공개된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법성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스의 2025년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과 2026년 계획된 내부거래금은 각각 7312억원, 3조4559억원으로 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기간 중 가장 많은 거래금액을 한 계열사는 SK에너지로, 각각 5826억원(79.7%, 2025년), 1조7941억원(52%, 2026년 계획치)으로 집계됐다.

 

◆ 2025년 실제 내부거래 7312억원…LPG 등 에너지 인프라 중심의 거래 확대

 

SK가스가 공시한 지난 2025년 실제 내부거래 규모는 총 7312억원이다. 거래의 대부분은 LPG 교환·판매, 저장·터미널 이용, 공동 프로모션 비용 등 SK가스의 핵심 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필수적인 밸류체인 영역에 집중됐다.

 

주요 거래를 보면 SK에너지와의 거래가 79.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SK가스는 SK에너지와 ▲LPG 교환 및 판매 ▲공동 프로모션 ▲제휴카드 비용 ▲홍보물 경품 ▲천연가스 공급 설비 이용 등을 포함해 약 5826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울산에서 대형 가스복합발전 민간 발전소이자 SK가스 자회사인 울산GPS와는 LPG 판매, 액화가스 터미널 이용, 정압기지 임대, 시운전용 LPG 공급 등에 약 598억원이 집행됐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과는 석유제품 저장 위탁 계약으로 576억원, 파라자일렌(PX) 원료를 생산하는 울산아로마틱스, 석유 추출 및 탐사개발 사업을 하는 SK지오센트릭과도 18억원의 LPG 판매 위주의 소거래를 병행했다.

 

◆ 2026년 내부거래 계획 3조4559억원…"거래 확대보다 구조 변화"

 

SK가스는 2025년 11월과 12월 전자공시를 통해 2026년 계열사 간 내부거래 계획 금액을 총 3조4559억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특징으로는 계열사를 기반으로 거래 상대와 항목의 확장을 꼽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먼저 SK에너지와 1조7941억원(52%)으로 가장 많은 내부 거래를 올해 진행할 예정이며, LPG 교환 및 판매, 공동 프로모션, 제휴카드 비용, 홍보물, 천연가스 공급 설비 임대 등을 거래한다.

 

2위는 9294억원의 울산GPS로 LPG 판매, 액화가스터미널·정압기지 이용 등의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어 SK지오센트릭으로 3139억원 규모의 LPG 판매 및 액화가스터미널·정압소를 이용할 예정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산업시설물 공사를 위해 1427억원을 배정한다. 울산아로마틱스(586억원), SK온(180억원), SK인천석유화학(261억원) 등도 LPG·저장·부두 임대 계약을 통한 내부거래액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 계획된 내부거래 금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5배 급증한 배경에 대해 "사실 이는 거래가 확대된 것이 아니라 LPG·가스 인프라를 그룹 차원에서 묶어 장기적인 운영 체계로 전환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구조적으로 커졌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최창원식 에너지 재편 가속… 내부거래 확대, '사익' 아닌 '인프라 전략'에 방점

 

다만 내부거래 규모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이자 그룹 내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경영 판단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로 비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경우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에 이익을 이전하는 전형적인 사익편취 구조와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가스의 내부거래 상대는 대부분 SK에너지, 울산GPS, SK지오센트릭 등 그룹 내 대형 에너지·인프라 계열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거래 목적 역시 단기 실적 부양이나 특정 계열사를 띄우기보다는 LPG·가스 인프라의 안정적 운영과 공급망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최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에서 강조해 온 경영 기조는 ▲핵심 사업 중심의 선택과 집중 ▲에너지·환경 분야의 장기 인프라 투자 ▲ESG 기반의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로 요약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 부회장 체제에서의 내부거래는 ‘누군가를 키우기 위한 거래’라기보다는 에너지 밸류체인을 통합 관리해 리스크(위험)를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면서 “규모만 놓고 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거래의 성격과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내부거래 급증에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제한적인 이유

 

내부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일감 몰아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서 SK가스의 거래 구조는 위법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거래 성격이 ‘시장 대체 불가’ 영역이기 때문인데, LPG 저장·터미널·정압기지·가스 공급 설비는 보안·안전·연속성이 핵심인 인프라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런 영역에 대해 경쟁입찰이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가격·조건의 비정상성의 문제가 없다는 점인데, 이는 LPG 판매, 저장 위탁, 터미널 이용, 설비 임대 등의 계약 구조가 시장 가격과 크게 괴리된 조건의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문제 삼는 일감 몰아주기는 매출 대부분을 내부 거래로 채워 특정 계열사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경우다. 반면 SK가스의 내부거래는 에너지 공급망 운영상 필수 거래에 가깝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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