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이슈토픽] AI發 빅테크 기업 '구조조정' 재점화…국내 기업 불안감도 확산
한 달 새 해고 10배 급증…AI 투자 가속, 인력 재편 촉발
단순 감원 넘어 직무 재설계…AI 시대 인력 재배치 본격화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6-02-23 15:17:45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재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었던 빅테크 기업들은 공격적인 채용 기조를 접고 감원 카드를 꺼내 드는 등 AI 시대에 맞춘 인력 구조 재편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되면서 AI발(發) 고용 불안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 빅테크 27개 기업 해고 직원 총 2만4818명
23일 테크기업 구조조정 현황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27개 기술기업에서 해고된 직원은 총 2만4818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2개 기업에서 2537명이 해고된 것과 비교하면 약 10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테크 업계의 인력 감축은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점진적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급증하는 모습이다. 단순한 경기 둔화 영향이라기보다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따른 비용 구조 재편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AI 도입이 인력 구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북미 대형 게임사들은 AI 기반 QA(품질보증) 자동화 도구를 도입하며 테스터 인력을 30% 이상 감축했다.
중국의 대형 게임사 넷이즈(NetEase)와 텐센트(Tencent) 역시 원화 제작 공정에 AI를 적극 활용해 외주 비용을 40% 이상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 업무와 일부 창작 보조 영역에서 AI의 생산성이 입증되면서, 기존 인력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의 핵심 배경에는 AI의 업무 대체 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프로그래밍 코드 작성,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이미지 생성 등 고부가가치 업무 일부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저연차 개발자나 보조 인력 채용이 크게 축소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인원 확대’ 대신 ‘AI 활용 효율 극대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증권가 역시 AI 투자 집중이 인력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경쟁 심화로 모든 빅테크가 개발자들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던 트렌드가 최근 2~3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며 “메타의 경우 인력이 2022년 3분기 8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6만6000명까지 감소했고, 현재는 7만8000명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과거와 같은 급격한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력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보다, AI 중심의 생산성 개선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 국내도 'AI 퍼스트' 재편 가속…제조업·콘텐츠 산업 중심 자동화 업무 재설계
국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제조업과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AI 기반 자동화와 업무 재설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달 AI 인력 대체와 관련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결국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생산 현장에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이 확대되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게임 업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AI 퍼스트(AI First)’ 전환을 선언한 뒤 자발적 퇴사를 통해 전체 인원의 약 10%(비용 400억원 가량)를 감축했다. 단순 감원이 아니라, AI 활용 중심의 조직 슬림화와 핵심 인력 재배치를 병행하는 구조 개편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을 ‘일자리 소멸’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AI가 일부 직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AI 모델 개발·운영(MLOps), 데이터 엔지니어링, 프롬프트 설계, AI 윤리 및 거버넌스 등 새로운 직무 수요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전환 속도다. 기존 인력이 새로운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전에 구조조정이 먼저 단행될 경우, 단기적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감원’이 아니라 ‘전환’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은 인력 재교육과 직무 재설계를 병행해야 하고, 정부 역시 직업훈련 체계와 사회 안전망을 AI 환경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AI가 촉발한 고용 지형의 변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장기적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이제 기업과 정책의 대응 속도에 달려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인해 인력 비용이 감축되는 만큼 인력 슬림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문제는 감원이 아니라 전환의 속도이며, 기업과 정부가 재교육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단기적인 고용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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