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이슈토픽] 이재용–룰라 회동 성사되나…삼성, 글로벌 전략 '브라질 카드' 꺼낼까

"AI·에너지·데이터센터 판이 바뀐다"…삼성, '민간 외교'로 톱다운 빅딜 시동
"베트은 스킵" 삼성 생산기지 인도로, AI 인프라는 남미로 이동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2-09 14:33:21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만간 방한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남이 성사될 경우 단순한 재계 인사와 해외 정상 간 면담을 넘어 삼성의 중장기 글로벌 생산·투자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에너지·데이터·공급망이 동시에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삼성이 브라질을 다시 글로벌 전략의 전면에 배치하려는 구상으로 읽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이 브라질 북부 도시인 마나우스 사업장에서 현장경영을 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르면 2월 중 한국을 찾는 룰라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

 

이 회장과 룰라 대통령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논의의 초점은 AI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에너지·첨단 제조 협력에 맞춰질 전망이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세계 10위권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63개 유닛이 가동 중이다.

 

현재 브라질은 전력 생산의 85~9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AI 인프라 동맹’을 구축할 수 있는 결정적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부터 서버용 스토리지, 전력·냉각 솔루션, AI 디바이스까지 수직 계열화된 경쟁력을 한꺼번에 펼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브라질이다.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단순한 투자 논의를 넘어 탄탄한 AI 인프라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형식은 민간 차원의 만남이지만, 내용은 사실상 정상 외교와 산업 외교가 결합된 ‘톱다운 세일즈 외교’에 가깝다. ‘톱다운 세일즈외교‘란 국가지도 정상·최고경영자(CEO)급이 전면에 나서 국가·기업의 ‘빅딜’을 여는 외교 방식을 일컫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한하는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은 정부 간 외교 일정과 맞물려 진행될 예정으로 기업과 국가 전략이 동시에 교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는 본다.

 

◆ 브라질과의 협력 키워드 'AI 대전환'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룰라 대통령과 논의할 핵심 의제는 AI를 축으로 한 첨단 산업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높게 본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인건비가 싼 곳이 아니라 전력이 풍부하고 친환경적인 국가로 생산과 연산 인프라를 옮기는 ‘파워쇼어링(전기 먹는 산업이 전력이 싸고 깨끗한 나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현상)’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브라질은 값싼 전력, 풍부한 수력 자원, 탄소 규제 대응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국가로 평가받는데 이 회장도 이러한 조건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신재훈 코트라 브라질 상파울루무역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은 장기적으로 남미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 전력 기자재, 냉각·공조 시스템, IT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 회장, 베트남을 지나 인도, 그리고 브라질

 

이번 이 회장의 브라질 행보는 삼성의 글로벌 경영 전략 재편 흐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 년간 베트남을 최대 해외 생산 거점으로 키워왔다.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제2의 본사’로 불릴 만큼 비중이 컸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정부가 ▲법인세 감면 축소 ▲노동비용 상승 ▲세제·규제 해석 갈등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등으로 삼성전자 측이 베트남을 상대로 비용 경쟁력과 정책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생산과 투자의 무게 중심을 ‘인도’로 빠르게 이동시켰다. 노이다 공장 증설과 반도체·전자 생태계 협력 강화는 그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인도 역시 전력 인프라와 친환경 에너지 비중, 데이터센터 기반 측면에서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브라질은 인도와 상호 보완적인 ‘제3의 전략 축’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인도가 내수와 대규모 생산을 담당할 경우 브라질은 친환경 에너지와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계산이다.


◆ 다시 주목받는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

 

삼성전자가 이미 생산 거점을 둔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Manaus)는 이번 회동의 또 다른 키워드로 통한다. 

 

마나우스는 브라질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첨단 산업단지로 세제 혜택과 정책 지원이 집중된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세트 전반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마나우스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검증된 대체 거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이 2001년 상무보 시절 삼성 경영에 본격 참여한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마나우스를 택했다는 점은 이번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게 재계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2020년 설 명절 연휴에도 브라질을 방문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 삼성 브랜드 파워와 민간 외교의 결합

 

브라질 내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역시 이번 행보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주요 완제품 시장에서 브라질 내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 갤럭시 워치의 ‘심장 이상 징후 경고’ 기능 덕분에 생명을 구한 사례가 알려지며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의 기술력과 이같은 브랜드 스토리가 결합된 사례로 브라질 정부와의 협력 논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룰라 대통령은 친환경, 사회적 가치,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을 중시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략과 친환경 반도체, 에너지 효율 기술은 브라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이 직접 회동에 나선 이유도 단순 투자 유치나 판매 확대가 아닌 정책·산업·기술을 아우르는 톱다운 협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번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이 이어질 경우 삼성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중심의 단일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를 축으로 한 대규모 생산 기지와 브라질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AI 인프라 연계를 결합한 ‘삼성식 분산 전략’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그 퍼즐을 맞추는 결정적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AI, 에너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브라질은 더 이상 삼성에게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적 필수지로 올라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이 있을지 여부는 회사 자체적으로 공식 일정이 나온 건 아직까지 전달 받아 들은 바는 없고 업계에서 추정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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