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금융지주 이사회 '형식적 의결' 벗어나야…CEO 승계 투명성 주문

지난해 8대 금융지주 안건 993건 중 983건 원안가결…경영진 견제 기능 도마 위
사외이사 독립성·책임성 강화 강조…CEO 후보 선정·검증·평가 과정 공정성 확보 요구

이상원 기자

sllep@megaeconomy.co.kr | 2026-10-28 13:58:50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이사회의 형식적인 의사결정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확보하고,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상정된 안건 대부분이 원안대로 통과된 사실을 지적하며 이사회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단순 승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8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 등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및 관계자들과 정례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의 책임 강화를 당부했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이날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란다”며 “제도적 변화가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이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CEO 승계절차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가 충분한 권한과 여건을 갖추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대 은행지주 이사회에서 의결한 안건은 총 993건으로, 이 가운데 수정가결은 9건, 보류는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983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전체 안건의 약 99%가 별다른 수정 없이 통과된 셈이다.

이 원장은 이러한 의결 관행을 지적하며 “그간의 사례를 볼 때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반대표결한 경우가 매우 드물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사회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료 요청,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등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이사회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사후 승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경영현안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과 검증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사업다각화와 경영진 보수, 성과평가(KPI) 등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핵심 현안에 대해 회사와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연수원의 사외이사 연수프로그램이나 금융지주 자체 교육과정을 활용해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독립적인 판단 능력과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 승계절차에 대한 감독당국의 문제의식도 드러났다. 이 원장은 “현재 금융지주 자회사 CEO의 승계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특히 CEO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 관련 기록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지주 CEO 및 자회사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후보자 검증 절차가 주요 점검 대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외에도 IT 보안, 사회적 책임,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권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을 언급하며 IT 보안을 단순한 비용이나 규제 준수 업무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업지원 시스템 등 비핵심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보안 투자와 자율 방어체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해외점포 금융사고는 지난해 12건, 피해 규모 1249억원에 달했다. 올해 1~9월에도 11건, 840억원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원장은 해외점포에 대한 본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성과를 인사와 평가체계에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일회성 기부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은행 점포 축소 과정에서도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사회 의장들은 경영진과 함께 지속가능한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문화를 선도하는 주체로서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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