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상한제가 ‘라이더 임금 상한제’ 될라”…배달 규제에 노조도 우려

배달앱 수수료 15% 상한 논의…라이더 배달료까지 법으로 제한될 가능성
배달플랫폼노조 “최저선 필요하지만 최고선은 신중해야”…단가 감소 우려
해외서도 규제 이후 주문 감소·대기시간 증가 사례…플랫폼·점주·라이더 ‘복잡한 셈법’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10-02 13:56:15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배달앱 수수료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외식업계뿐 아니라 배달 라이더들의 반발까지 불거지고 있다. 소상공인과 외식점주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수료 상한과 함께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까지 제한할 경우 결과적으로 라이더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치권에서 배달앱이 음식점주로부터 받는 수수료 총액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배달플랫폼노조가 라이더 배달료의 최저선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고선을 법으로 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규제 논의가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

 

▲ [사진=챗GPT 생성]

 

배달앱 수수료 구조에서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낮출 경우 그 부담이 라이더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달플랫폼노조는 2일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해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의 상한까지 법으로 정할 경우 예상치 못한 소득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 등이 발의한 ‘배달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에는 배달 플랫폼의 중개·결제 수수료 등에 대한 상한을 정하는 내용과 함께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의 최저·최고 한도를 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정해진 배달료 상한을 초과하거나 하한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한 사업자에게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총액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노조가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배달료 상한이다.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는 사실상 라이더의 임금과 직결되는 만큼 플랫폼이 라이더에게 더 높은 배달료를 지급할 수 있는 여지를 법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달료의 최저선을 설정하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고선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한선이 낮게 설정될 경우 플랫폼이 피크타임이나 악천후, 장거리 배달 등에 추가적인 배달료를 지급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배달료는 통상 3000원 안팎 수준이지만 기상 악화나 주문 집중 시간대, 장거리 배달 등에 따라 6000~7000원 또는 1만원 수준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배달앱 수수료 구조를 감안하면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배경도 명확하다. 현행 배달앱 비용은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달비 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할 경우 중개수수료가 7.8%, 결제수수료가 3%, 점주 부담 배달비가 3000원이라면 점주가 플랫폼에 부담하는 비용은 약 5160원으로 음식값의 25.8%에 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배달비 상당 부분은 실제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에게 지급된다.

 

결국 점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체 수수료를 15% 수준으로 낮출 경우 플랫폼이 비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우려다.

 

배달 노동시장 규모도 변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플랫폼종사자는 8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음식 배달플랫폼 종사자 조사에서는 전업 배달종사자의 월평균 수입이 287만원으로 조사되는 등 배달이 주요 소득원인 종사자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배달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플랫폼과 소비자, 노동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친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시애틀시는 2024년 배달앱 노동자에 대한 최저보상 기준을 도입했다. 이후 배달앱들이 규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주문량과 팁 등이 감소했고, 라이더들의 건당 보수가 올라갔음에도 월간 총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규제 시행 이후 시애틀 라이더들의 건당 기본보수는 약 5달러에서 12달러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월간 배달 건수가 20~30%가량 감소하면서 월 소득 증가 효과가 대부분 상쇄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시애틀 사례의 원인을 단순히 ‘수수료 상한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당시 시행된 것은 라이더의 최저보상 기준을 높이는 제도였으며, 배달 플랫폼이 비용 증가에 대응해 소비자 수수료를 신설하거나 팁 구조를 변경한 것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지 포천도 당시 플랫폼들의 추가 수수료 부과와 주문 감소 등을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배달 수수료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논의의 중심에는 높은 배달앱 수수료로 부담을 호소해온 외식업주와 수수료 체계를 운영하는 플랫폼이 있었지만, 라이더 단체가 배달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이해관계자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배달업계에서는 외식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과정에서 플랫폼이 비용을 줄일 경우 그 일부가 라이더 배달료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대로 라이더 배달료를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하면 플랫폼이나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어 어느 한쪽의 부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배달앱 수수료 규제는 플랫폼 수수료를 얼마로 제한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 비용이 음식점주·소비자·라이더 가운데 누구에게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까지 함께 따져봐야 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플랫폼노조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라이더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향후 국회 논의에서도 배달료 상·하한 설정을 둘러싼 논쟁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