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현대백화점 29년만에 업종 전환

명품 브랜드 빠지고 상권 무너져, 경쟁사 밀리며 매출 타격
사측 "상권 특성 고려 새로운 개념의 점포로 리뉴얼 계획"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4-03-12 15:05:25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부산 최초의 고급백화점이었던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29년만에 업종전환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오는 7월 말까지 영업한 뒤 2~3개월간 리뉴얼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입점 브랜드와는 오는 7월 31일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다. 

 

▲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개점 29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연합]


아직까지 어떠한 방식의 리뉴얼이 진행될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화점이 아닌 다른 형태의 변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더현대 서울'과 같이 팝업스토어 중심의 차별화 매장으로 바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역 상권이 대학가로 형성된 만큼, 부산점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10~30대가 즐겨 찾을 수 있는 브랜드들을 전면에 내세운 복합쇼핑몰 형태의 리뉴얼이 점쳐진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지난 1995년 8월 국내 3대 백화점 중 부산 지역에 최초로 문을 열었다. 2006년 지방 최초로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를 유치하며 29년 동안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고급백화점으로 명성을 쌓아 왔고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3대 명품인 에루샤 이탈부터 2020년부터 본격화한 코로나 사태에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신세계 센텀시티와 롯데백화점 등 부산지역 경쟁사와의 힘겨루기에서 점점 밀려나며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영업이익은 3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줄어들어 부산점 영업 부진이 한 몫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백화점은 에루샤가 빠진 부산점을 살려보고자 지난 2016년 110억원을 들여 대대적 리뉴얼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해 부산점이 '계륵'과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 

 

특히 부산점이 위치한 범일동 상권은 2000년대 초부터 상권 붕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백화점만의 '개인기'로 상권을 살리기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범일동 상권의 상가 공실률은 31.1%에 이른다.

 

이러한 사정에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부산점을 매각하고 오는 2027년 문을 열 '에코델타시티 현대프리미엄아웃렛'의 개발 비용으로 충당하지 않겠냐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번 부산점 리뉴얼 계획으로 매각 계획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부산점 리뉴얼 진행으로 기존 점포보다 점포 경쟁력을 높이고,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며 "기존 백화점에 새로운 개념을 추가하거나 상권을 고려한 신개념 업태로 변경하는 부분을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는 상황이며, 아울렛 형태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명품 매출이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명품 브랜드 유치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며 "고객이 차를 끌고 백화점을 찾는 것은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요 명품 브랜드가 없으면 2차, 3차 쇼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에루샤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몽클레어나 프라다 등의 또 다른 고급 브랜드와 유명 골프 브랜드를 소비하는 경향이 높아, 주요 명품 브랜드가 없다면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부산지역 백화점 1위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부산지역에서 에루샤가 입점된 유일한 백화점이며,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돌파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