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제주' 대신 '일본' 간다고?..."제주가 사실 반 값"
컨슈머인사이트 "비싸다는 선입견은 부정 뉴스 탓"
'개근 거지' 놀림 받을까 제주 대신 해외여행 선호
"여행객 불신 깊어 제주 외면 단기 해결 어려울 것"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4-07-31 14:38:10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제주도가 '비계 삼겹살' 논란과 유명 해수욕장의 바가지 '평상'값 논란 등 부정 뉴스가 잇따르자, 국내 여행객들이 해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여행객들은 특히 제주도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갈 돈이면 차라리 일본 간다'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으나 한 조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간한 '월간 국내·국외 여행 동향 보고' 자료에 따르면 단순 비용으로 분석한 결과 제주도 대신 일본을 여행할 경우 평균 약 2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객들에게 3박4일 일정의 여행비용을 예상해 보게 한 결과 제주도가 86만원, 일본은 110.2만원으로 일본이 1.3배였다. 그러나 실제 일본 여행비는 제주도의 2.2배에 달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 작년(1~10월) 두 지역 여행자의 평균 지출액은 제주도 52.8만원, 일본 113.6만원으로 2.15배였다.
여행객들이 예상한 여행비는 일본은 0.97배(-3.4만원)로 거의 일치했으나, 제주도는 1.63배 (+33.2만원)나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도 여행비를 불합리하게 크게 예상해 마치 일본과 별 차이 없다고 오인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주도 여행을 한 적 없는 사람은 이런 경향이 더 심했다. 응답자 중 지난 1년 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은 여행비로 78.8만원을, 과거 한 번이라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은 84.6만원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은 93.5만원을 예상했다. 즉,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일본과 제주도 비용에 차이가 없고', '그 돈이면 일본 가는 것이 낫다'는 괴담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 예상 금액은 각각 114만원, 110.4만원, 109.9만원으로 방문 경험에 따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 최근 가 본 사람일수록 조금씩 더 들 것으로 예상한 점도 제주와 달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 '제주도는 비싸다'는 오래된 선입견과 부정적인 뉴스의 확대 재생산이 만든 합작품이며, 제주도에 안 가본 사람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인식의 폭이 넓고 뿌리 깊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에는 '개근 거지'라는 신조어 때문에 국내 여행 대신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개근 거지'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기 중 해외여행 한번 가지 않고 꾸준히 학교만 출석하는 것을 말한다. 개근하는 학생은 가족과 여행 한번 못 가 본 친구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그 집안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도 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기 중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제주도나 속초에 가려고 했으나, 아이가 해외여행 아니면 안 간다고 졸라 어쩔 수 없이 제주와 비용이 유사한 일본행 티켓을 끊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개근 거지'가 외신에 소개된 적도 있다. 지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는 "개근 거지는 누구인가? 일하고 공부만 하며, 즐기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개근'을 평가하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근은 전통적으로 자기 절제와 의무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아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한국에선 이는 돈과 시간이 없어 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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