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AMA "전기차 판매시장, '지자체 보조금+설계력'이 승부 가른다"
캐즘 넘은 전기차 시장 2025년 22만대 돌파…중앙정부 아닌 지자체가 키 쥔다
보조금·인프라·산업정책까지…지자체 역량 따라 시장 판도 갈려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4-08 14:18:00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이 지방자치단체 손에 달린 시장 판도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주최한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이 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동차회관에서 열리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역할이 핵심 정책 변수로 부상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지나 회복세에 진입한 가운데, 보조금 설계와 지역 산업 연계, 인프라 관리 등에서 지자체의 전략적 개입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날 포럼 주제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였는데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산업 경쟁력 확보까지 고려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국비(중앙정부 예산)와 지방비(지자체 예산)의 적절한 조합의 보조금 지원 방식, 보조금 소진 속도, 충전 인프라 관리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대진 KAMA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역할과 과제, 전동화 기반 정책 방향 속에서 전기차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캐즘을 거친 뒤 2025년 한 해 동안 22만 대 판매를 기록해 전년 대비 50% 급증한 연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도 정부가 전기차 전환 지원금 신설과 대 당 보조금 확대를 추진하면서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까지 맞물려 전기차 수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 1분기 8만3000대로 전년 대비 150.9%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로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4월 초 기준 전국 50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전기 화물차 보조금이 이미 소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비를 우선 지원해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불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도 정 협회장은 언급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우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생산 기반 확대와 연계된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전기차 시장, 지자체 손에 달린 시장 판도”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산업연구원 김경유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의 지역경제 파급력을 강조하며,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지자체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다음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기술적 연관과 파급효과가 크다”며 “울산, 경기, 충남 등 특정 지역에 산업이 밀집돼 있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GM 군산공장 폐쇄나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감소 사례에서 보듯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은 지자체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며 산업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지자체가 단순 행정 주체를 넘어 ‘전기차 설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생산뿐 아니라 서비스, 충전 인프라,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구축까지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 동향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 2155만 대로 22% 성장했으며, 올해는 2408만 대로 12%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은 인센티브 축소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은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2023~2024년 감소세 이후 2025년 회복세로 전환됐고, 올 1~2월 판매는 4만1293대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며 “다만 최근 판매 증가는 수입 전기차가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산 비중이 30%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년 420만 대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25년 이후 연평균 86만 대 판매가 필요하다”며 “가격 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구축, 생산 설비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한국생산성본부 허세진 수석전문위원은 지자체 보조금 설계가 전기차 시장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전문위원은 “광역시도별 분석 결과 지방비 보조금이 높을수록 수입차 비중이 낮아지는 강한 음(-, 역비례)의 관계가 확인됐다”며 “이는 단순한 소비자 구매력 차이를 넘어 지자체 정책이 시장 구조 형성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2025년에는 수입 전기차 가격이 국산차와 유사한 수준까지 낮아지고 있어, 향후 중저가 수입차 확대 가능성이 높다”며 “보조금 제도 설계 시 이러한 가격 구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보조금만으론 부족”…전기차 시대, ‘지자체 보조금 설계력’ 핵심 변수
토론에서는 보조금 정책의 정교화와 함께 비재정적 인센티브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패널 토론에서 좌장인 민경덕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보조금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 수단이지만, 이제는 보급 확대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까지 고려한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기성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가 여러 차례 하향 조정된 것은 정책 현실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보조금뿐 아니라 버스전용차로 허용 등 비재정적 인센티브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장은 “충전기 설치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관리 부실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자체가 단순 보조금 지급자가 아니라 사용자 불편을 해결하는 관리자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측에서는 재정 한계 속에서도 보급 확대 의지를 밝혔다.
부산시청 이수성 친환경자동차전환 팀장은 “국비 지원을 기반으로 지방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며 “지역 산업 활성화와 연계한 정책 시너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 궤도에 재진입한 상황에서, 중앙정부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핵심 실행 주체로 부상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지원 설계, 산업 정책 연계, 인프라 관리 등에서 지자체의 정책 역량이 전기차 보급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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