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X-ray] 자금 운용의 기어를 올리다…SK이터닉스, 단기차입 확대로 '재무적 유연성' 시험대
사채 통한 500억원 한도 증액…운전자금 확보 속 보수적 재무 관리
주요 경쟁사 단기차입 비중 고공행진…에너지 전환 국면서 전략 차별화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1-22 08:52:31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태양광·연료전지·풍력을 세 축으로 신재생에너지 밸류체인을 넓혀온 SK이터닉스가 최근 단기차입 한도를 약 500억원을 늘리며 '자금 운용의 기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단기 유동성 보강을 넘어 분산형 전원과 전력거래 사업이 본격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유연성’ 차원에서 중장기 투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단기차입 한도를 늘린 결정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금융기관 차입이나 담보 제공 방식이 아닌 사채를 통한 단기성 자금 조달 구조를 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금리 환경과 시장 유동성을 고려해 차입 구조를 유연하게 운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앞서 19일 SK이터닉스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단기차입금 500억원 한도 증액을 결정했다. 이번 차입으로 단기차입금 한도 총액은 기존 661억3650만원에서 1161억3650만원으로 늘었다.
이번에 결정된 차입금 규모는 최근 자기자본(2419억7275만원) 대비 약 20.66%에 해당된다.
SK이터닉스 측은 이번 차입 목적을 '운전자금'으로 명시했는데 이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 단기사채 발행 한도 내 차입…재무 구조 관리 방점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차입 형태가 기타 차입으로 분류됐으며 이는 이사회에서 이미 승인된 단기사채 발행 한도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SK이터닉스는 재무 구조 관리 차원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차입 전후를 비교하면 기업어음(CP), 사모사채(특정 투자자에게만 비공개 발행 채권), 담보부 차입 등은 변동이 없고, 기타 차입 항목에서만 500억원의 차입 한도가 증가했다.
이는 기존 차입 구조를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만큼만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보수적 재무 운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이터닉스가 단기차입 한도를 늘린 것과 달리 타 경쟁사들은 단기차입 한도 확대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 대비 단기차입금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재생에너지·연료전지 사업 확대 과정에서 이미 단기성 자금 의존도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라는 해석이다.
먼저 한화에너지는 2025년 1~3분기 누적 기준 단기차입금이 3조8178억원으로 2024년(3조9962억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6조2752억원(2024년 6조2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동부채 대비 단기차입금 비중은 약 60% 수준에 달한다. 대규모 에너지 투자와 병행해 단기성 차입이 재무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두산퓨얼셀의 경우 누적 단기차입금은 960억원으로 이는 2024년 약 1조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가 약 5018억원으로 단기차입금 비중은 약 19%를 차지했다.
GS EPS 역시 단기차입금 비중이 눈에 띈다. 같은 기간 누적 단기차입금은 3399억원으로 2024년(2890억원) 대비 증가했다. 유동부채는 4561억원(2024년 4139억원)으로, 유동부채 대비 단기차입금 비중은 70%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료전지 사업 특성상 운전자금 부담이 지속되는 구조라는 점 때문에 이러한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단기차입 한도를 새로 늘리기보다는 기존 차입 구조 안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동부채 대비 단기차입금 비중 자체는 이미 높은 편"이라며 "SK이터닉스의 경우 단기차입 한도 확대를 통해 향후 사업 확장 국면에서 자금 운용의 선택지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 국면…선제적 유동성 확보 해석
SK이터닉스는 태양광, 연료전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친환경 분산형 발전 자산을 직접 개발·운영하는 사업을 하는데 프로젝트 착공 및 운영 과정에서 단기 자금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운전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형성한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이행 수요 확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그리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기반 사업 모델 확산 등으로 에너지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금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전 자산은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지만, 초기 개발·건설 단계에서는 단기 유동성 관리가 핵심"이라며 "이번 차입은 공격적 확장보다는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 "중장기 성장 스토리 훼손 없어…재무 레버리지 관리가 관건"
증권가에서는 이번 차입 결정이 기업가치 훼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자기자본 대비 차입 비중이 과도하지 않고 차입 목적이 명확한 데다 장기적으로는 발전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상환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향후 금리 변동성과 추가 투자 계획에 따라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재무 레버리지(차입금 활용 기업가치 상승)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박세라·권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과 인프라는 사실상 같은 자산군으로 취급된다. 이로 인해 관련 사업의 성패는 자산의 종류보다도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자금 조달 방식 및 운영, 투자 회수(엑시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SK이터닉스는 분할 신설 이전의 모회사인 SK디앤디(2004년 설립) 시절부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개발 경험을 쌓아온 대표적인 디벨로퍼로, 그간 친환경 인프라 개발 역량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앞서 2025년 9월 말 기준 SK이터닉스가 개발 중이거나 이미 확보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총 3GW(기가와트)에 이른다. 이 중 풍력발전이 1.6GW로 국내 상위 5위권에 속한다.
이 중 신안우이 390MW(메가와트), 인천 굴업 755MW, 울진 200MW 등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다수 확보해 해상풍력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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