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제련소 건설 11조원 베팅…'채무보증 리스크' 일축한 배경은?
고려아연 "오히려 유증에 따른 자본금 강화로 재무 부담 가능성 낮아"
영풍과 MBK "미국 제련소 건설 반대는 안해 제3자 방식 유증에 반대"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5-12-17 15:53:44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서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11조원 규모의 제련소 건설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재무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출자자이면서 수요국이 미국 정부인 만큼 재무 부담의 가능성의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수요처인 상황에서 미국 제련소 건설과 운영이 어려움에 부닥칠 거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반면 제련소 건설을 위해 8조원이 넘는 대규모 채무 보증에 더해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면서 투자 구조와 재무 리스크(위험)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조성되는 약 11조원 규모의 핵심광물 제련소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지 합작법인인 크루시블 메탈스(Crucible Metals)가 조달하는 차입금 8조3931억원 전액에 대해 채무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제련소는 아연·납·구리 등 비철 금속은 물론 금·은, 안티몬·게르마늄·갈륨·인듐 등 산업용 핵심 전략 광물을 한 곳에서 생산·가공하는 대규모 통합 제련소로 짓게된다.
미국 정부가 방산,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려아연과 함께 건설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연간 54만톤의 필수 광물을 생산하는 최첨단 제련·가공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해 미국 정부와 공동 투자보다는 고려아연이 재무적 부담을 상당 부분 떠안는 형태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루시블 메탈스의 자본금은 약 19억4000만 달러(약 2조871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에 지분 형태로 투입하는 자금은 전체 프로젝트에서 일부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는 CHIPS(칩스)·과학법에 따라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재원은 미국 정부 및 금융 기관으로부터의 장기 차입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차입 비중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채무보증 규모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제공하기로 한 보증액 8조3931억원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 7조5954억원의 약 110%에 해당한다. 통상 자기자본을 웃도는 보증은 우발채무로 인식돼 향후 신용도와 재무 구조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내 제련소를 짓기 위해 차입을 받지만, 유상증자로 조 단위 자금이 들어와 자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무 구조 악화나 부담은 지나친 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발채무는 고려아연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으며, 부득이한 경우에 채무로 계상하는데 사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구조는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영풍과 재무적 투자자(FI) MBK파트너스는 미국 제련소 투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미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유증) 방식으로 신주를 넘겨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취득하는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앞서 영풍과 MBK는 이런 지배구조가 주주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정관과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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