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산업보안이야기]⑤ 냅스터와 그록스터, 기술혁신을 위협하는 것은 경영태도이다

박정인

press@megaeconomy.co.kr | 2022-08-01 13:41:59

경영학에서는 파괴적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경영하는 문제는 투자자들의 수익을 담보하는 문제와 직결되므로 어떻게 경영하여야 할지 위협요소를 소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존 시장이나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잠재력을 가진 신기술이 등장하는 경우 그 잠재력으로 인하여 저항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법률은 이러한 기술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도 있고, 이런 기술을 영원히 퇴장시켜 세상에 못 나오게 할 수도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MGM 스튜디오 대 그록스터 사건은 1심과 항소심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을 2005년 연방대법원이 철퇴를 내린 사건으로 경영자들에게 자주 회자되는 판결이다.

이 판결은 기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기술을 불법복제 행위에 용이하게 권장한 기업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판시하여 기술경영에 있어 준법경영이 중요한 지표가 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온라인 음악 파일 공유서비스를 하던 냅스터가 1999년 중앙 서버를 통해 사용자들 사이를 연결하는 중앙집중형 P2P(개인 간 파일공유) 방식을 채택했을 때, 미국의 레코드 업계는 모두 힘을 합쳐 사용자들 사이 불법 복제에 직접 관여했다는 혐의를 씌워 냅스터에 대해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냅스터는 2001년 파산하여 업계를 퇴장했다.

그런데 또 다른 P2P 업체였던 그록스터의 서비스 방식은 냅스터의 중앙집중형 파일공유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록스터는 저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만 공급할 뿐 사용자들이 저작물을 제외한 파일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자신들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그록스터는 주장했다.

당시 MGM 스튜디오와의 소송에서 그록스터가 선택한 방어논리는 소니의 비디오 녹화기(VCR)에 대해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1980년대 제기한 소송의 결과였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소니가 소비자들이 비디오 녹화기를 가정에서 불법 복제 사용하는 것까지 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서 총기제조업체도 즐겨 사용하는 ‘기술의 가치중립’ 논리라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냅스터의 중앙집중형 P2P 기술과 같은 경우 어떤 방어 논리도 무력할 정도로 기업의 관여는 명확해진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만 공급할 뿐 이용자들이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는 그록스터의 주장에 하급심과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엇갈렸다.

그록스터에 대해 1심인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냅스터 때와 달리 직접적 관여가 없다는 이유로 그록스터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저작물을 공짜로 획득하려는 욕구에 기반하여 이러한 수요를 자신들의 수익으로 만들려는 뻔한 의도가 보인다며 그록스터에 대해 저작권침해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불법경영의 증거로는 사용자들이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로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한 것에 대해 이메일로 대답해준 기업의 문건이나 그록스터를 홍보하기 위하여 제2의 냅스터인 것처럼 행사한 것들이 드러났다. 오픈냅 시스템 같은 곳에 냅스터 같은 키워드를 넣으면 자신의 웹사이트를 안내하도록 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반면 1980년대 유니버셜 스튜디오 대 소니 소송 건에서는 소니가 불법경영을 했다는 증거로 인정할 만한 것이 부족했다.

당시 판사들은 제품 판매처에서 불법적 사용을 종용한 적도 없거니와 합법적 용도로 소니의 제품 VCR을 사용자가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사적 이용을 위해서만 복제사용) 사용자들의 가정에서 일어난 불법 행위에 대해 2차적 책임을 매번 소니에게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시각을 받아들였다. 소니는 제품 유통까지만 관여한 것이고(제품판매에서 불법사용 종용이 없었다면) 가정의 불법행위 조장까지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었다.

실제 라디오가 등장할 때 음반 판매가 느꼈던 불안과 불확실성, TV가 등장할 때 영화사들이 극장 수익에 대해 느꼈던 불안과 불확실성 등 홍보와 침해 사이에서 경영자들은 기술을 혁신하고 개발할 때 두려움이 앞서지만 법이 주목하는 것은 경영자의 동기와 자세, 경영 방식을 지켜본다.

즉,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도 좋은 일을 하게 되면 기술이 아무리 가치중립적이라도 경영의 위협은 존재하므로 제조나 유통, 고객 대응에서 의도가 빤히 보이는 불법경영의 증거를 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최근 한 경영자 분이 나를 찾아와 저작물이(영상·음악·소프트웨어에 한정하여) 스마트 기기와 개인 PC마다 정품이거나 제휴받지 않은 저작물을 다운로드받은 경우 이를 삭제하라고 경고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위협받지 않고 기술을 경영하고자 하는 안정적 욕구는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몇 가지 국내 저작권보호기술이 처했던 회사들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더니 주주들과 상의하겠다며 흡족하게 돌아갔다.

실천법학은 어디까지나 경영자들이 기술경영에 있어 어떤 선택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상을 꿈꾸던 수익경영이 파산이나 업계 퇴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지 않도록 경영자에게 알릴 수 있는 모든 주의의무를 알리는 실사구시라고 생각한다.

즉, 알아서 논문을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판례나 다른 기업의 고민을 공유시켜 기술 혁신에서 위협하는 것들을 미리 고려하며 기술 개발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즈니스는 불확실성을 가지지만 이용자 충성이나 경영자의 불법 경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도모되어야 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절대로 눈앞의 달콤한 수익 때문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의 화해가 급선무이다. 불씨는 깨닫는 순간 끄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 경영자가 분쟁을 홍보수단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는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고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은 혁신적인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록스터와 같이 홍보나 고객응대처럼 경영태도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정인 단국대 연구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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