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경기 불황 속 독보적 ‘전시호황’ 눈길

기회 잡은 현대로템, 폴란드 K2전차 수출로 글로벌 방산업체 도약
한정적인 판로, 철도 부문 성과 개선 필요, 지속적인 해외 진출 노력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06-17 13:49:07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특정 산업에 예상치 못한 '황금빛 기회'를 가져다줬다. 바로 방산업이다. 특히 현대로템은 전쟁 발발 이후 매출과 수주량 급증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현대로템이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과 수주 성과를 거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로템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조3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7% 증가한 838억원으로 전망했다.  

 

▲ 폴란드 군사 퍼레이드에참여한  K2 전차, K9 자주포 [사진=연합뉴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폴란드향 K2 전차의 진행률로 인식되는 물량증가와 더불어 공정률 상승 등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 3조5874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42.3% 올랐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만 해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실정이었다. 회사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영업손실 1962억 원, 2799억 원을 냈다.

이는 2010년부터 현대로템 철도부문이 잇따른 경쟁업체 출현으로 저가수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19년 말 기준 결손금 1566억 원이 발생했고, 부채비율은 362.6%에 이르렀을 정도였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등판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그는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졌다. 이에 걸맞게 위기의 현대차증권를 반등시키는 등 특출난 역량을 보여준 경영자이다.

재계관계자는 “이 사장은 취임 첫해 투명경영활동을 강화하며,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 높은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등 회사 체질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임원 수도 20%가량 줄이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용배 사장은 2020년 1분기 매출액을 전년보다 13.6%, 영업이익은 무려 1018.3% 올려놓기도 했다. 

단 분기 순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주력이던 레일솔루션 사업도 2020~2021년 신규 수주 부진 등의 영향을 받아 뒷걸음칠 것이런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차에 2022년 4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로템은 같은해 7월27일(현지시각) 폴란드와 K2 전차 긴급소요, 폴란드형 K2 전차 1천 대 물량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그해 8월 이 계약 가운데 긴급소요가 발생한 1차 인도분 180대를 납품하는 수출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무려 4조4992억 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1474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672억원과 비교해 83.9% 상승한 실적이다. 디펜스 솔루션(방산) 부문 매출이 1조 592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상향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역시 회사는 매출 약 3조6천억원, 영업이익 2100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43% 상승하며 글로벌 방산업체로의 도약을 앞두기 시작했다.

이는 현대로템이 폴란드 K2 전차 기본계약 잔여물량 820대와 관련한 협상을 마무리짓고, 2026년 이후 수출을 도모한다면 실현 가능한 목표이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의 정책지원금 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수출인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폴란드와 2차계약 진행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차 계약 초도분 180대 규모는 1차 계약 물량 180대(4조4992)의 1.5배가 넘는 약 7조 원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로템에게 전례없는 성장 기회를 제공했지만, 폴란드 K2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등 판로가 한정적인 것은 큰 약점으로 꼽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철도 부문은 해외에서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로템은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관 합동으로 우즈베키스탄(우즈벡) 철도청(UTY)이 발주한 27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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