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15조원 벌고도 '7~8조 손실?’…정유 4사, 웃고도 못 웃는 이유

SK이노·GS칼텍스 이익 선두…윤활유 '잭팟', 석화 사업은 희비
최고가격제·물류비·정제마진 둔화…하반기 '진짜 실력' 갈린다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8-13 14:01:07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정유4사가 올해 상반기 15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남기며 어닝서프라이즈의 성적을 거뒀다. 

 

구체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이익 규모에서 한발 앞섰고 윤활유 사업은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S-OIL) 모두 웃은 반면 석유화학 사업의 경우 GS칼텍스와 S-OIL이 울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챗GPT4]

 

상반기 ‘전쟁 특수’가 걷힐 경우 하반기부터는 정제 경쟁력과 원가 관리 능력이 진짜 실력 차이를 가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지형을 완전히 뒤집었다. 2025년 상반기 적자 늪에 빠졌던 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S-OIL) 4사는 올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같은 호황을 누렸어도 2분기 성적표는 달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상대적으로 영업이익 1위에 올랐고 GS칼텍스가 뒤를 추격한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GS칼텍스와 S-OIL이 적자를 기록해 희비가 엇갈렸다. GS칼텍스는 63억원, 에쓰오일은 4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15조원 이익에도 정부 최고가격제 적용해도 정유사에 손실보전액 현재 추산중 

 

정유4사가 올해 상반기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연동된 국내 공급가격과 관련해서는 최대 7~8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추산한다. 

 

이는 정부가 추산하는 손실보전 규모가 5000억~6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의 손실 추산액이 크게 엇갈리는 배경에는 손실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정부가 내민 최고가격제로 인한 ‘가격 기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적용하면서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원가 손실 보전분에 대한 차이를 산정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주요 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시세를 기준으로 정상적으로 확보해왔던 마진과의 차이로 약 10배의 차이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싱가포르 시세를 적용하면 정유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마진이 훨씬 커지지만 정부 최고가격제를 적용하면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의 추산액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120조6345억원, 영업이익은 14조7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418억원의 합산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손익이 약 16조원 개선됐다. 2분기 합산 영업이익만 8조8271억원으로 1분기 5조9635억원보다 48% 이상 늘었다.

 

◆ SK이노베이션, 이익 1위…GS칼텍스도 4조원 넘겼다

 

가장 크게 웃은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5조6495억원으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9조1572억원, 영업이익 3조4873억원을 기록해 실적 반등을 주도했다.

 

GS칼텍스도 같은기간 영업이익 4조1874억원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2분기 매출은 16조6724억원, 영업이익은 2조55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이익 규모를 빠르게 회복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HD현대오일뱅크는 2조75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분기 매출 9조4774억원, 영업이익 1조8241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상반기 매출 20조2862억원, 영업이익 2조1961억원을 올렸고 2분기 영업이익은 9650억원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순이다.


◆ 정유4사, 정제마진 폭등에 ‘활짝’…윤활유까지 잭팟

 

실적을 끌어올린 가장 큰 힘은 중동발 공급 불안에 따른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이다. 미·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면서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선까지 치솟았고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복합정제 마진은 2분기 평균 배럴당 24.7달러까지 올랐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거론되는 4~5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낮은 가격에 확보한 원유가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되는 이른바 ‘래깅 효과’와 재고 관련 이익까지 더해지면서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윤활유 사업도 정유사들의 실적을 받쳤다. 중동 지역 생산 차질과 물류 제약으로 고급 윤활기유 공급이 줄면서 제품 마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2분기 영업이익 6919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윤활부문도 4774억원을 벌어들였고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각각 3577억원, 18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윤활유만 놓고 보면 정유 4사가 모두 웃은 셈이다.

 

반면 석유화학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GS칼텍스 석유화학부문은 63억원, 에쓰오일은 4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와 윤활유가 벌어들인 이익을 석유화학이 일부 깎아먹는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 상반기 '전쟁 특수' 끝나면 하반기 진짜 실력 갈린다

 

문제는 하반기다. 상반기 실적을 밀어 올린 고유가와 재고평가이익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OPEC+ 증산과 역내 정유설비 가동률 상승으로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세가 꺾일 경우 일회성 이익이 빠지면서 수익성이 둔화될 수 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문제도 부담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보전 규모와 업계가 주장하는 실제 손실 규모 간 격차가 큰 만큼 향후 정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이달 말까지 정부가 제시한 산정 방식에 따라 최고가격제 관련한 손실액 보전분에 대한 제출 기한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손실보전 규모를 검토할 예정이며 정유사들이 산정 결과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제출 기한을 한달 연장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최종 보전액 확정 시점이 9월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도 변수다. 정유사들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아프리카산 원유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용선료와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동 원유에 맞춰졌던 정제설비의 효율을 다른 유종에 최적화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여기에 정부의 석유수입부과금 운임 지원이 지난 6월 말 종료되면서 하반기에는 비용 압박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상반기 성적표는 ‘정유 4사 동반 흑자’로 요약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SK이노베이션은 절대 이익 규모에서 앞섰고 GS칼텍스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와 윤활유가 함께 실적을 받쳤고, 에쓰오일은 윤활유가 석유화학 부진을 방어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이라는 정책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에는 단순 영업이익 규모뿐 아니라 국제 시세와 국내 판매가격 간 마진 차이를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정책 손실’로 인정할지도 정유 4사의 실적과 수익성을 가르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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