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작 연극 '진술', 19년 만의 귀환

배우 김진근 90분간의 진술.."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다"

한계 없는 연기력 정점..초심으로 돌아간 날 것의 김진근

이준 기자

industry@megaeconomy.co.kr | 2025-11-08 13:35:38

[메가경제=김진오 기자] 2001년 초연 이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하일지 작 연극 '진술'이 1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06년 강신일 배우와 박광정 연출의 버전 이후, 이번에는 배우 김진근과 연출 김종희의 만남으로 새롭게 부활한다. 

 

극단 씨어터판(Theatre Pan)이 제작하며, 오는 11월 26일부터 12월 7일 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진술'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한 남자가 취조실에서 밤새 이어가는 진술을 통해, 기억과 현실, 환상과 진실이 교차하는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철학적 모노드라마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머문 호텔에서 갑작스레 체포된 그는 자신의 결백과 사랑, 

그리고 자신이 믿는 현실을 증명하려는 듯 밤새 진술을 이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말은 점점 모순과 환상으로 얽히며, 현실의 경계는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단 한 명의 배우가 90분 동안 혼신을 다해 펼치는 이 작품은 상실과 부정, 인간 존재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사랑과 진실, 그리고 기억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무대는 김진근 배우의 연기 세계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미국 리스트라스버그 연극학교(The Lee Strasberg Theatre & Film Institute)에서 연기를 전공한 정통 메소드 배우로, 내면의 감정을 정교하게 드러내는 연기로 주목받아왔다. 김진근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의 상실을 부정하며 아내의 존재를 붙들려는 한 남자의 몸부림과, 그 끝에서 맞이하는 광기의 순간을 강렬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연출 김종희는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을 외면한 채, 현실과 환상을 뒤섞으며 무너져가는 과정을 조용히 추적하는 작품”이라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관객을 ‘심문자’의 위치에 놓는 연극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무대 위 인물은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진술하며, 관객은 그의 말을 믿을 것인지, 의심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긴장감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끌려 들어간다.

대학로 공연 이후 진술은 오는 12월 13일과 14일, 일본 오사카 Hyōgensha Kōbō 초청공연으로 이어진다. 이번 해외 무대는 미국 연극비평가협회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되었으며, 앞서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에서 '김유리'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어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랑을 잃은 자의 마지막 진술이자, 인간 존재의 경계를 묻는 이 작품은, 배우 김진근의 깊이 있는 연기와 김종희 연출의 절제된 무대 미학이 만나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강렬한 고백이다.

 

▲하일지 작 김종희 연출 연극 '진술'은 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철학적 모노드라마로 김진근 배우의 연기세계가 정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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