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 파업은 줄었는데 손실은 45% 급증…자동차·조선업계 노사갈등에 산업계 '몸살'

9월까지 근로손실일수 48만9190일…현대차·HD현대중·한화오션 잇단 파업
HL만도 임단협 갈등 지속…완성차 공급망·협력업체 4만명 고용 영향 우려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11-09 06:30:45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올해 국내 노사분규(노사 쟁의행위) 건수는 감소했지만, 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에서 반복적인 파업이 발생하면서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보다 4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제조업체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잇따라 파업으로 이어진 가운데 자동차부품업체 HL만도에서도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챗GPT4]

 

핵심 부품업체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생산과 협력업체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발표한 '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 노사관계 현황' 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노사분규는 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건보다 11건 감소했다. 

 

반면 근로손실일수는 48만9190일로 전년 동기 33만6800일 대비 45.2% 증가해 오히려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분규 발생 횟수는 줄었지만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업이 이어지면서 산업현장의 손실이 확대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7월부터 부분파업을 반복했고, 8월 21일에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에 나섰다.

 

경총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파업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중단 시간은 총 120시간이다. 

 

이는 약 5만5200대의 생산 차질과 최소 2조3000억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다만 이는 실제 확정된 매출 손실이 아닌 생산 차질에 따른 추정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31일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 및 1270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을 최종 합의했다.

 

◆ 현대차·HD현대중·한화오션 파업 끝에 합의…HL만도 노사갈등은 현재진행형

 

조선업계도 상황은 비슷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공유와 기본급 인상, 신규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 11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10월 18일에는 노조 지부장이 사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후 노사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일시금 1150만원 및 200%,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고, 지난달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교섭을 마무리했다.

 

한화오션 역시 8월 말부터 파업이 이어졌으며, 10월에는 거제사업장 크레인 고공농성과 전 조합원 파업이 발생했다. 

 

노사는 기본급 14만원 인상, 일시금 850만원 지급, 성과급 지급기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29일 임단협을 타결했다.

 

문제는 완성차와 조선업에 이어 핵심 자동차부품업체에서도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HL만도 노조는 지난달 9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있으며, 10월 28일과 11월 2일에는 각각 부분파업을 했다.

 

HL만도는 현대차·기아에 브레이크와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업체다.

 

경총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에 공급되는 해당 부품 중 HL만도 비중은 브레이크 50.3%, 조향장치 50.4%, 현가장치 75.8%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은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기생산(JIT) 방식을 활용하는 만큼 핵심 부품의 공급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완성차 생산라인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협력업체에 미칠 파장도 변수다. 지난해 기준 HL만도 국내 사업장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는 292개사로, 이들 업체의 전체 고용인원은 약 4만880명이다. HL만도의 연간 구매액도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HL만도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임금뿐 아니라 성과급 지급방식과 인력운영 문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정례화하고,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과 자연감소 인원 발생 시 2개월 이내 정규직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조합간부와 대의원의 유급 조합활동 확대, 근로자에게 유리한 연속 3개월을 선택하는 퇴직금 평균임금 산정방식 등도 교섭 요구안에 포함됐다.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될 경우 고정적인 인건비 부담이 늘고 생산물량 변화나 자동화에 따른 인력운영의 유연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다만 노조의 요구는 교섭 과정에서 제시된 안건으로, 실제 수용 여부와 최종 합의 내용은 별개다. 유급 조합활동 확대와 관련한 법적 문제 역시 구체적인 운영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제조업 노사교섭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기업 실적과 연계한 성과배분 요구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30%,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HL만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또는 특별상여금으로 요구했다.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와 공유하자는 취지지만, 지급기준이 정례화될 경우 기업의 비용구조와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노조 측에서는 기업의 실적 개선에 기여한 근로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성과배분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완성차와 부품업체, 협력업체가 다층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개별 사업장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을 넘어 납기 지연과 협력업체 매출 감소 등으로 파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제조업의 노사교섭에서도 임금과 성과급 배분뿐 아니라 기업의 중장기 투자계획, 산업 경쟁력,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