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임단협 '파국 위기'…노조위원장 크레인 고공농성·8시간 전면파업

노조, 사측 3차 제시안 반려…“사상 최대 성과에도 현장 기대 못 미쳐”
정인섭 사장 “안전·생산 위협 용납 못 해”…성과급·정년 재고용 놓고 평행선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10-09 13:33:09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화오션의 2026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노조위원장의 크레인 고공농성과 전면파업으로 치달으며 파국 위기에 놓였다. 4개월간 26차례 교섭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회사가 사실상 최종안을 제시하자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투쟁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노조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경영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누적 부채와 미래 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양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크레인 점거와 전면파업으로 확대되면서 생산 차질 우려까지 커지는 양상이다.

 

▲ 김유철 쟁의대책위원회 의장이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9일 한화오션 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유철 쟁대위 의장은 이날 새벽 1도크 CC-2번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쟁대위는 이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8시간 전면파업을 전개하고 오전 8시 40분까지 민주광장에 집결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번 고공농성은 전날 회사가 제시한 3차 임단협 협상안을 노조가 반려하면서 촉발됐다.
쟁대위는 회사의 제시안이 사상 최대 경영 성과와 현장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회사는 이를 최종안으로 규정하고 더 이상 제시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회사가 최종안이라고 선언한다고 교섭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자의 피와 땀에 걸맞은 임금인상과 제도개선, 조합원이 동의할 수 있는 결과가 있어야 타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고공농성에 대해서는 현장의 요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결단이라고 설명하며 조합원들의 전면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사측은 같은 날 정인섭 경영지원실장 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노조의 크레인 점거와 고공농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사장은 "4개월에 걸쳐 진행된 2026년 단체교섭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고, 노사가 교섭 마무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천막농성과 고공농성까지 돌입한 상황에 대해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회사는 무겁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힘든 시기를 이제야 조금 벗어나 어렵게 맺은 소중한 성과를 앞에 두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임단협 제시안을 마련했으며, 일시적인 보상 확대보다는 지속적인 임금·복지 개선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동종업계 수준을 고려한 기본급 인상과 연간 100만 복지포인트 지급, 주요 경조금 항목별 100만원 안팎의 인상 등을 제안했다.


정 사장은 조선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 축소, 글로벌 경쟁 심화, 미래 투자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사업전략 전환과 투자 등을 통해 경영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부채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인 정년퇴직자 재고용과 성과급 지급기준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하다.
정년퇴직자 재고용과 관련해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1년+1년' 제도 운영을 검토했지만, 신규채용 확대와 현장 인력 운영 등을 고려하면 조건 없는 추가 1년 연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지급기준 개편에 대해서는 노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추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2025년 노사협의로 도입한 성과급 제도를 2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변경하는 데 부담이 있는 만큼,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지표 마련과 현장 수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노조의 고공농성에 대해서는 한층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 사장은 "안전과 생산을 위협하는 것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은 최근 발생했던 하청지회와 동일한 방식으로 불법적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크 크레인 점거가 생산과 선박 진수·인도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안전사고 위험과 경영상 손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 사장은 2022년 노동조합이 점거행위에 대해 생산활동을 막는 것은 회사와 구성원 모두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던 사실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당시 노조가 강조했던 원칙과 현재의 고공농성 방식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연 지금까지의 협상과정과 제시안들이 공멸의 길을 가야 할 만큼의 극단의 상황이었는지, 또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넘어서 불법적인 행위들까지 감행했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지금의 간극을 좁히고 교섭을 마무리 단계로 가고자 한다면 크레인 위가 아닌 협상장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갈등은 한화오션이 조선업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조는 경영 성과에 걸맞은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재무 건전성과 장기적인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사가 성과 배분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임단협 갈등이 생산 현장의 직접적인 쟁의행위로 확대된 셈이다.


회사가 추가 제시안 마련에 선을 그은 가운데 노조가 고공농성과 전면파업으로 맞서면서 양측의 대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크레인 점거가 계속되거나 파업이 확대될 경우 생산 및 선박 인도 일정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향후 노사가 추가 협상안을 마련하고 교섭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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