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에쓰오일 온산공장 중대재해 1심…법원 “책임 범위 제한” vs “경영책임자 처벌 필요”
현장 실무자는 실형, 공장 총괄책임자는 무죄…법원 판단 기준 재확인
플랜트 산업 안전관리,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는 경계는 어디까지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1-20 13:57:08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3년 전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났던 울산에 있는 에쓰오일(S-OIL) 온산공장 폭발 사고와 관련해 최근 법원이 1심에서 현장 실무 책임자에게는 실형을 선고한 반면 공장 총괄책임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 발생 시 형사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지난 16일 울산지방법원 형사3단독(이재욱 부장판사)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에쓰오일 팀장급 직원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온산공장 책임자인 본부장급 B씨를 포함한 공장 총괄 책임자 2명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사고의 책임을 현장 실무 책임자와 공장 총괄 책임자로 구분해 판단하면서 중대 산업 사고에서 형사 책임의 귀속 범위를 둘러싼 기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비록 1심이지만 중대재해 발생 시 ‘누가 책임자인가’라는 법적 판단을 넘어 대규모 플랜트 산업에서 현장 통제 권한과 경영 책임의 경계가 어디에서 갈리는지 또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가 형사 책임으로 전환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책임의 직접성과 예견 가능성’을 엄격히 따진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사건은 3년 전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다. 사고는 드럼에 저장돼 있던 부탄가스가 밸브 쪽으로 누출되면서 폭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정비 작업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구역과 생산을 위해 가동 중이던 구역을 완전히 분리해 가스를 차단해야 했음에도 이러한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스 차단이 미흡한 상태에서 일부 공정이 재가동되면서 누출된 부탄이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 책임의 핵심을 현장 실무 관리자의 판단과 조치 미흡에서 찾았다.
법원은 A씨가 공정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부 설비의 재가동을 지시하면서 정비 중인 구역과 생산 구역 간 가스 차단 조치가 완벽하게 이뤄졌는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사고 발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온산공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본부장급 인사들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이 경영자로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계획 수립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총괄 관리하는 위치에 있을 뿐 개별 공정이나 구체적인 작업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산업안전을 관리·감독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고 당일 해당 본부장급 책임자가 연수 일정으로 하루 종일 온산공장에 부재 중이었던 점도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백 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에서 근로자 중 일부가 업무 절차나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는 상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정기적인 감사와 관리 체계를 통해 지속 개선해 나가야 할 사안이지 이를 곧바로 경영자 등의 형사 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책임의 직접성과 예견 가능성’을 엄격히 따진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장 총괄책임자에 대해 사고 위험을 구체적으로 인식했거나 이를 방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형사 책임까지 확장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반면 현장에서 공정 통제와 안전 조치를 실질적으로 담당한 관리자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책임이 적용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경영진이나 공장장이 무조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며 "구체적인 지휘·감독 범위와 사고와의 인과 관계를 얼마나 명확히 입증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기존 판례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정유 업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세부적인 현실을 반영한 판단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랜트에서는 모든 공정과 위험 요소를 공장장이 실시간으로 직접 통제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며 "현장 안전 관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실질적인 통제 권한과 책임을 누구에게 부여하느냐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 실무자에게 형사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관리 부담과 위축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중대재해 처벌법과 화학물질 관리법 적용을 둘러싼 수사와 재판에서 책임 귀속 기준을 보다 엄격히 따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에쓰오일 측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울산지방법원은 수백 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공장에서 소수 근로자가 잘못된 매뉴얼이나 절차로 발생한 사고를 회사나 공장 총괄책임자의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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