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박, 새벽 기습적 NLL 침범에 "일촉즉발"……NLL 무력화‧핵실험 명분쌓기인가
北선박, 40분간 NLL 이남 3.3㎞까지 침범…南 경고사격에 北 방사포로 맞대응
北 “南이 '불명 선박단속' 구실로 자신들의 해상군사분계선 침범” 억지주장
침범→사격→발표 ’잘 짜인 시나리오‘…고강도 국지적 도발 명분쌓기 가능성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10-24 13:32:24
북한 선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서 우리 해군 함정이 대응 사격에 나서고, 북한은 우리 군함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상했다고 억지주장을 펼치며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상과 공중에 이어 해상으로까지 전방위 도발 수위를 확대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뿐 아니라 고강도 국지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상선 무포호는 24일 오전 3시 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에서 NLL을 침범했다.
군은 무포호가 잇단 경고 통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로를 변경하지 않고 남하하자 M60 기관총을 이용한 경고 사격을 1, 2차에 걸쳐 각 10발씩 총 20발 가했다. 이후 북한 상선은 오전 4시 20분께 항로를 변경해서 NLL 이북으로 올라갔다.
이날 우리 군은 해군 호위함을 포함한 함정 수 척과 우발 상황에 대비한 공군 KF-16 등 초계전력 및 해병대 등 합동 전력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우리 함정은 무포호에 1㎞ 거리까지 근접했으며, 북한 측은 ‘북측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른바 ‘부당통신’을 시행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 상선이 NLL을 침범한 것은 2017년 1월 동해상에서 발생한 상황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올해 3월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 선박이 항로 착오로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이 나포했다가 조사 후 다음날 송환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는 의도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통상 북한 선박이 NLL을 넘을 경우 군은 국제상선무선통신망으로 경고통신을 하고, 불응할 경우 경고사격, 계속 남하를 시도할 경우 격파사격 순으로 대응한다.
이럴 경우 사건은 마무리되는데 이번엔 달랐다. 북한은 오전 5시 14분께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탄 10발을 사격했다.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우리 군이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주장하며 “5시 15분 해상적정발생수역 부근에서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해 적함선을 강력히 구축하기 위한 초기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은 이날 남측 함정이 이 수역으로 진입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은 NLL로부터 남쪽으로 최대 6㎞ 거리에 있다. 물론 남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합참은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조치에 대해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적반하장식 주장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군은 상선인 무포호가 다른 목적을 가진 위장선 역할을 한 것인지, 침범이 우리 군 대응을 유발함으로써 국지도발 등 수위 높은 무력 시위에 나설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인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북한 상선의 NLL 침범부터 북한군 방사포 사격, 북한군 총참모부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른 의도적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안팎의 판단이다.
군은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탄도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한 위협 비행,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포병사격에 이어 서해 NLL 도발까지 감행한 것은 고강도 국지적 도발의 명분 축적용일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의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NLL 일대에서 긴장 수위를 고조시킨 것은 앞으로 전방위 연쇄 도발을 계속해 나가고, 결과적으로는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방위로 군사적 긴장도를 끌어 올리면서 남측의 대응을 명분으로 국지적인 도발을 비롯한 그 이상의 전략적 도발까지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연합뉴스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