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삼성바이오로직스 판결 파장…“공정 특수성 반영 미흡” 논란

생산공정 일부만 제한 인정…“생산≠변질·부패 방지” 선 그어
사측 상급심 판단 구해 vs 노조 “대화 대신 소송”…파업 강행 예고
바이오 공정 특수성 반영 논란…쟁의권 경계 재설정 필요성 제기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4-28 09:42:36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청한 파업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며 생산 공정 일부에 대해서만 쟁의행위를 제한했다.

 

재판부는 생산 공정과 변질·부패 방지 작업을 구분해 제한 범위를 특정 공정으로 한정했다. 판결 이후 노사 간 입장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특수성 반영 여부를 둘러싼 업계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청한 노조의 쟁의행위 제한 가처분 대한 판결이 나왔다. [사진=챗GPT4] 

27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재판부(제21민사부)는 지난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파업)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파업 제한 작업 범위는 회사 측이 제시한 7개 공정 중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완충용액) 제조·공급 등 3개 공정으로 한정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생산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특성상 일부 작업이 중단될 경우 이전 산출물 전체를 폐기해야 할 수 있다며, 세포주 해동 이후 배양·정제 전 공정을 ‘원료·제품의 변질·부패 방지 작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배양·정제 공정은 제품 생산을 위한 작업에 해당할 뿐 파업 제한 대상은 아니라며 맞섰다.

 

노조는 배양·정제 작업은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 아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하므로 파업 제한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재판부 “생산 공정≠변질·부패 방지”…명확한 구분 필요

 

재판부는 생산활동과 변질·부패 방지 활동이 구분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생산 공정을 중단할 경우 변질·부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공정 전체를 변질·부패 방지 작업으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해당하려면 해당 작업이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문구의 통상적인 의미와 형벌법규에 대한 확장·유추 해석 금지 원칙을 고려할 때, 파업 제한 작업은 안정적으로 유지·보관할 수 있는 단계의 직전 공정으로 약간의 추가 작업만으로 원료나 제품의 폐기를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 핵심 조건임을 강조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41조에서 ‘생산’이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해 명시하고 있는 점, ‘필수유지업무’에 관해 특별한 조항(노동조합법 제42조의2)을 두고 있는 점, 노사 단체협약에서 배양·정제 공정을 필수 수행 업무로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배양·정제 작업이 파업 제한 작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의약품 물질의 생성 자체는 실질적으로 완료된 상태에서 이미 생성된 물질을 유지·보관에 적합한 형태로 조절하는 마무리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에 대해서만 파업 제한을 인정했다.

 

◆ 쟁의권 판단 첫 사례…사측 “항고 제기” vs 노조 “대화 대신 소송 비판”

 

회사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일정 부분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상급심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결정이 산업 특수성에 따라 쟁의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바이오 공정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제약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에서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의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대해 법원의 인정을 받은 최초 사례이며, 쟁의권(파업권)을 무한정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제한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노조가 본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하려 했던 파업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결정이다”고 덧붙였으며,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즉시 항고를 제기한 상태임을 밝혔다.

 

반면 노조는 판결 취지를 회사가 왜곡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법적 대응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예정된 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적극 생산 업무와 유지 보전을 단순히 임의로 나눈 것이 아닌 각 측의 주장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에서 내린 판단”이라며 “회사의 전체 공정이 곧 변질·부패 방지작업이라는 것은 법령해석을 넘어서는 주장이었음을 지적한 점이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항고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노동조합과 대화보단 법으로 이겨보려는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노조는 5월 1일로 계획돼 있는 파업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며, 일부 부서는 4월28일부터 선제적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 “일반 제조업 잣대 적용”…판결에 업계·법조계 비판 확산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일반제조업 기준을 적용한 판결인 것 같다”면서 “일반제조업과 의약품 제조업은 생산공정 등이 완벽히 다른 형태의 제조업인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으며, 약사법 등의 타 법령과의 관계가 광범위하게 검토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약품은 공정 중 변질·부패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제품이 출하되기 전까지 전 생산공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별도의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인증을 운영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온도 등 여러 조건 및 변화에 민감하다”면서 “산업 분야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판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파업 관련 부담을 높일 수 있으며, 필수의약품 관리와 감염병 관리 등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명확한 솔루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은 현재 많은 나라들이 도전하고 있는 사업으로, 중국, 인도, 일본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 다른나라 CDMO 기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이번 노조 파업을 포함한 여러 문제 관련해 현명한 답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시대가 변하면서 기술도 바뀌었음을 고려해 변화한 산업 환경에서 쟁의권이 책임 있게 행사될 수 있도록 정당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김홍영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세포를 배양하고 항체를 추출하는 과정은 화학 반응이 아니라 ‘생명 현상’ 그 자체”라면서 “바이오산업에서 공정이 중단되면 단순한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작업 시설의 핵심 기능이 물리적으로 파괴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이어 “쇳물이 굳어버린 용광로를 다시 살리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처럼 오염되거나 사멸한 바이오 배양기를 복구하는 것 역시 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 타격”이라면서 “배양·정제 공정도 노조법 38조 2항이 금지하는 ‘시설 손상 및 원료 부패 방지’의 사례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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