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X-ray] LG에너지솔루션, 유동성 확보 1순위 과제로 '혼다 합작법인 분리 효율화'

포드와 결별 후 첫 수 싸움…LG엔솔, '현금 우선' 전략 가동
4조원 건물 매각, 철수 아닌 선별 투자…북미 배터리 판 다시 짠다
속도는 낮추고 효율↑…혼다 JV로 LG엔솔의 선택과 집중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5-12-26 14:19:44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현금 유동성 확대를 목적으로 북미 배터리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이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 물량 확대를 비롯한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재무구조 건전성 개편에 나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2024년, 2025년 1~3분기유동자산, 매출채권, 재고자산 [단위: 억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이미 2024년을 초과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올 1~3분기와 지난해 기준 유동자산은 각각 17조1495억원, 15조327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외상으로 받아야 할 매출채권은 4조8487억원(1~3분기), 4조9440억원(2024년), 재고자산은 4조8832억원(1~3분기), 4조5524억원(2024년)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유동자산 대비 매출채권은 28.3%(올 1~3분기), 32.3%(2024년)를, 재고자산의 경우 각각 28.5%, 29.7%이다.

 

통상 배터리업계에서는 매출채권은 25~35% 구간을 ‘주의 구간’으로 간주한다. 또 재고자산의 경우 30~40% 범위가 주의 구간인데 간신히 턱걸이 수준에 걸친 상황이다.

 

◆ 포드와의 아쉬운 이별과 혼다와의 합작법인 재무 개선 전략에 속도


▲지난 2023년 3월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미베 토시히로 혼다 자동차 사장, 'L-H 컴퍼니' 합작법인 이혁재 부사장 등 주요 관계자가 오하이오주 합작공장 건설을 위해 첫 샆을 뜨는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포드와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2027년~2032년)을 전면 철회한 데 이어 일본의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의 미국 합작법인인 ‘L-H 배터리 컴퍼니’를 통해 4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형자산(건물 등)을 혼다 측에 매각하기로 했다.

 

관건은 매각 대금을 언제 받을지 여부인데 2026년 상반기쯤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LG에너지솔루션의 설명이다.

 

핵심 고객사인 포드와의 이번 일부 계약 해지는 중장기적인 시점에서 불확실한 배터리 경기 전망으로 당분간 전기차용 글로벌 배터리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흐름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이로 인해 배터리 사업이 캐즘(수요 정체) 터널을 벗어나기 전까지 투자를 확대하기보다는 최대한의 현금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업계의 1순위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24일 LG에너지솔루션은 ‘L-H 배터리 컴퍼니’ 합작법인을 통해 오하이오주에 있는 배터리 생산·설비 운용을 제외한 전체 건물 등의 유형자산을 혼다 측에 넘기는 조건으로 합의를 맺었다.

 

이번 유형자산의 처분 금액은 장부가액 기준 4조2243억원으로 이는 모회사인 LG화학의 총자산 대비 4.5%에 해당한다.

 

◆ 혼다와의 세부 계약 내용은 '토지·설비 제외한 건물만'…소유 구조 단순화

 

이번 거래의 핵심은 공장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와 생산 설비를 제외한 건물만을 처분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생산에 직접 사용되는 핵심 설비와 토지는 기존 합작법인 구조하에 유지하면서도 건물 소유권만 혼다 측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양사가 공동으로 설립해 북미 전략 거점으로 활용 중이며 이번 자산 처분은 사업 철수나 생산 축소와는 무관하다"며 "배터리 생산과 합작법인 운영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소유와 운영의 역할을 분리해 합작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건물 소유를 혼다 측이 맡는 대신 배터리 기술과 제조 운영 부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해 결과적으로 이원화의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혼다 입장에서는 공장 인프라에 대한 책임과 통제력을 강화하고,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기술과 생산 경쟁력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역할 분담 모델"이라며 "북미 합작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 구조를 미리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포드 9.6조원 계약 해지 이후 '유동성 확보' 차원

 

업계에서는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혼다와의 유형자산 처분을 두고 최근 있었던 포드와의 대규모 계약 해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포드와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철회해 북미 배터리 사업 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포드와의 계약은 지난 18개월간 진행한 수주 중 가장 규모가 컸고, 이번 계약 해지로 유럽 공장 가동률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 계약 해지 이후 북미 전략이 '속도 조절과 선택과 집중' 국면에 들어갔다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며 "이번 자산 처분 역시 공격적 증설보다는 재무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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