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려아연, 이사 선임 표대결 2-2 '무승부' …감사위원 선임은 고려아연 '승'

영풍·MBK연합 추천 2명 이사회 입성…고려아연 2석 확보 균형
'3%룰' 적용 감사위원 승부서 고려아연 지명 백인규 선임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9-09 16:35:38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 MBK파트너스와 펼친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번 대결은 이사회 구성원 선임 등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다룬 정면 승부였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제53기 임시주총'에서 분리 선출 감사위원 1명과 독립이사 4명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제53기 임시주주총회 의장을 맡았다.[사진=고려아연]

 

이날 주총은 금융 당국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대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추가에 대한 상법 개정 이후 첫 개최된 만큼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4인 집중투표제 선임안을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양쪽이 각각 2명씩 공평하게 이사후보자를 추천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이달 10일부터 원하는 이사와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앞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같은 취지의 정관 변경안은 영풍·MBK 측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이번 임시주총의 첫 번째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이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정관과 법률이 어긋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안건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주주 발언이 나왔다. 한 주주는 상법 개정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 2명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월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 부결된 만큼 이번에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집중투표 첫 승부서 고려아연 2석 확보로 '2 대 2 균형'


▲ 제53기 주총 현장 전경[(사진=고려아연]

 

이어진 관심은 제2호 안건인 집중투표제에 의한 독립이사 4명 선임으로 옮겨갔다. 

 

집중투표제는 여러 명의 이사를 한꺼번에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갖고 이를 한 명 또는 여러 후보에게 몰아주도록 하는 제도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독식하는 것을 막고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취지다.

 

표결 결과 영풍·MBK 측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와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최윤범 회장 측 후보로 분류되는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각각 3·4위로 뒤를 이으며 모두 이사회에 입성했다.

 

심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종과 담우 등을 거쳐 남양유업 감사 등을 지낸 기업법무·감사 전문가다. 영풍·MBK 측은 심 후보가 기업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실무 경험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준봉 교수는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과 국제조세협회 이사장, 한국세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조세·법률 전문가다.

 

최 회장 측에서는 유미개발이 제안한 이형규 교수가 이사회에 다시 합류했다. 

 

이 교수는 상법과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로 2025년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올해 5월 사임한 바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서은숙 교수는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과 신용보증기금 자산운용위원 등을 거친 금융·거시경제·자산운용 전문가다. 현재 NH투자증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 고려아연 백인규 선임·영풍 박유경 고배…기관·외국인·소액주주 표심 작용

 

아울러 감사위원 및 독립위원 자리를 놓고 진행한 집중투표 결과에서는 양측이 나란히 2석씩 확보해 균형을 이뤘다. 

 

다만 이번 주총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제3호 안건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이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백인규 후보를, 영풍·MBK 측은 박유경 후보를 각각 내세우며 한 석을 놓고 맞붙었다.

 

백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회계·재무 전문가로 약 30년간 딜로이트에서 근무했다. 

 

고려아연 측은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내부통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감사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영풍 측에서는 백 후보가 과거 고려아연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이 있는 만큼 현 경영진과의 관계에서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하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는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 APG에서 약 17년간 책임투자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지배구조 업무를 담당한 거버넌스 전문가다. 국민연금 ESG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경력도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주주 자격으로도 나서 특정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의 관점에서 경영진의 직무집행과 회계·내부통제를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번 감사위원 선임에는 ‘3%룰’도 적용돼 소수주주를 대상으로 한 의견 반영이 확대됐다.

 

3%룰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일정 범위에서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지분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가 감사기구까지 사실상 독점하는 것을 막고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이사 선임과 달리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소액주주의 표심도 큰 영향력을 준다.

 

최종 표결에서는 고려아연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고 영풍·MBK가 추천한 박유경 후보는 과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선임되지 못했다.

 

결국 집중투표 이사 4석은 양측이 2석씩 나눠 가졌지만 주총의 핵심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한 자리를 고려아연 측이 가져간 것이다. 이로써 최 회장 측이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던 기존 주총과 달리 소수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선택이 이사회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대형 상장사의 주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