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분석] 정유는 '돈방석', 배터리는 '적자 늪'…SK이노베이션, 역대급 실적에도 '아픈손가락'
석유·윤활유 호황에 3분기 영업익 3.7조원 돌파 '사상 최대'…SK에너지·SK엔무브 견인
SK온·SKIET 적자 지속…전기차 수요 둔화·공장 가동률 저하에 수익성 부담
2027년 북미 ESS 사업 확대 승부수…LFP 배터리 수주·양산 전환으로 수요가 흑자 열쇠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11-02 08:20:42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석유제품 수출마진 상승과 윤활유 사업 호조에 힘입어 2026년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 계열사인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윤활유 사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배터리 사업 손실을 메우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배터리 계열사의 수익성 회복이 중장기 실적 개선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SK온은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해왔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인해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반면 미국과 유럽에 구축한 생산시설의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 SKIET(SK아이이티) 역시 주요 고객사의 생산량 감소와 설비 가동률 저하로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실적은 석유·윤활유 등의 전통 에너지 사업과 배터리 등 미래 성장사업 간 수익성 격차가 크다.
석유·윤활유 사업은 글로벌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배터리 사업은 생산설비 투자 부담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적자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2027년에는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를 통한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9일 발표한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8조7738억원, 영업이익은 3조7043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기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7%, 532.5%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834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70억원 늘었다. 매출 증가보다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진 이번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 정유·윤활유 사업 '쌍끌이 역대급 실적'…글로벌 공급 차질이 호재로
이번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석유와 윤활유 사업이 있다. 관련 계열사 SK에너지는 3분기 매출 15조9276억원, 영업이익 1조20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5546억원 상승했다.
중동 지역 정유설비 가동률 하락과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등으로 글로벌 공급이 줄어든 것이 주효한 것이다.
여기에 여름철 휘발유 등 수송용 연료 수요가 늘면서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이 상승했다. 2분기 정기보수를 마친 생산시설의 가동량이 증가한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의 실적도 두드러졌다.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0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987억원 올랐다. 특히 전년 동기 영업이익(1706억원)과 비교하면 9200억원(539.3%) 급증한 규모다.
글로벌 윤활기유 공급 차질로 제품 판매가격과 원료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단 한 분기 만에 2022년 연간 최대 영업이익인 1조712억원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 E&S 역시 계절적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 상승과 경쟁력 있는 장기계약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효과로 77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정유·윤활유 사업의 호실적에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향후 중동과 러시아의 공급 차질이 완화되면 현재의 높은 수익성이 유지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으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가격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석유제품 등의 안정적 국내 공급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사업별 운영 효율 제고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배터리는 3년 연속 적자…SK온·SKIET 수익성 회복 지연
반면 배터리 계열사의 실적은 대조적이다. SK온의 3분기 배터리 사업 매출은 1조5263억원, 영업손실은 805억원을 기록했다. SKIET도 매출 414억원에 영업손실 368억원을 냈다. 두 회사의 배터리·소재 사업 손실을 합치면 1173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사업의 부진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배터리 사업 기준 영업손실은 ▲2023년 5818억원 ▲2024년 약 1조1270억원 ▲2025년 9319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시설 가동률이 떨어진 가운데 신규 공장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SKIET도 2023년 3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4년 2910억원, 2025년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기차 배터리 판매 둔화에 따른 분리막 출하량 감소와 생산시설 가동률 하락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SK온은 올해 3분기에도 판매량 감소와 전분기 일회성 수익 반영에 따른 기저효과로 실적이 악화됐다. 회사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본원적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 2027년 ESS 전환이 승부처…수주 확대 넘어 양산 수익성 확보 관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돌파구로 북미 ESS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사업 구조를 ESS로 다변화해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SK온은 미국 네오볼타와 약 9GWh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파우치셀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LFP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하며, 조달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미 ESS 시장에서 고객사를 늘리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ESS 수주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의 전환 비용과 LFP 배터리 양산 수율, 소재 조달가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생산·판매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의 ESS 전환 속도와 신규 수주 물량의 매출 반영 시점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주 확대에 그치지 않고 생산량 증가와 고정비 절감으로 이어져야 배터리 사업의 적자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메가경제는 2027년 ESS 사업 확대 시 흑자전환 이어질지 여부랑 ESS용 LFP(리튬·철·인산) 배터리 매출 목표 및 전체 배터리 사업 매출 대비 목표 비중에 대해
질의했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일부 사업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하실 계획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2027년 ESS용 LFP 배터리 매출 목표와 전체 배터리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흑자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전망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올해 ESS 수주 목표를 20GWh로 제시하고, 시장 수요와 고객별 수익성을 면밀히 관리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화와 원가 혁신을 통해 수익성 개선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회사 측은 “4분기에는 고객 수요에 맞춘 안정적인 공급과 ESS 사업 기반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전기차 시장의 경우 지역과 고객사별로 수요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북미에서는 주요 고객사의 판매 동향과 일부 지역의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점진적인 판매 물량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다만 전기차 수요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일부 사업 축소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관련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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