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이슈토픽] 해운은 구조조정, 조선은 호황…HMM의 선택과 K-조선의 역주행
운임 급락·이익 반토막 속 HMM 조기퇴직,'해운업 겨울' 대비 본격화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 2026년 합산 영업이익 7조 시대 예고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2-04 13:40:00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세계 8위 규모의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제적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료 하락과 공급 과잉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아직 실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비용 구조를 정비해 향후 해운업 불황 국면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2일부터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HMM 측은 이번 조치가 구조조정이나 인위적 인력 감축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며 신청자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월 기본급 기준 24개월치 이상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퇴직 이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HMM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조직의 선순환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목적으로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며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설이나 본사 이전 논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HMM 경영진이 이 제도를 일회성 조치가 아닌 상시적인 인력 관리 체계로 정착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이 희망퇴직 제도를 다시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회사는 2022년에도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신청자가 30여 명 수준에 그치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50대 이상 직원을 중심으로 조기퇴직을 추진하는 것은 해운 시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 운임 30% 급락·영업이익 반토막…'해운업 겨울' 경고음
실제 HMM의 2025년 1~3분기 누적 실적 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만족스럽지 않게 전개됐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1조1439억원으로 2024년 1~3분기(2조5127억원) 대비 54% 하락했다.
해운업계는 현재 글로벌 해운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관측한다.
글로벌 해상 운임의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30일 기준 1316.75포인트를 기록해 전주 대비 14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초 2000포인트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약 30%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여기에 2026년까지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한 약 1000만TEU 규모의 신조 컨테이너선이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어서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해외 주요 선사들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세계 2위 덴마크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는 최근 시장 악화를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명 규모의 인력 감축과 설비 투자 축소에 나섰다.
빈센트 클럭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리셋 과정”이라며 장기 불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6위인 일본의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컨테이너 운임 약세와 선복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5위 독일 하파그로이드 역시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운임 하락과 비용 상승이 겹치며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재무 구조가 순차입 상태로 전환되는 등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해운 조사기관 BIMCO는 2025~2026년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반면 선복 공급은 2025년 6%대, 2026년 3% 안팎으로 늘어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년간 운임 상승을 떠받쳤던 홍해 사태가 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해운업계에는 부담 요인이다. 선박들이 다시 수에즈 운하로 복귀할 경우 운임 하락과 함께 선사들의 수익성 둔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HMM서 KT·유통까지 번지는 '50대 조기퇴직' 바람
HMM의 최근 이러한 조기퇴직 도입은 해운업계에서만 국한된 건 아니다. 최근 KT, LG유플러스, 롯데칠성음료, 홈플러스, GS리테일, 롯데멤버스, 이마트24 등 주요 기업들도 상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잇달아 도입해 인력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정부 정책 기조와 달리 기업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조직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세대 교체형 구조조정’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던 해운사들이 아직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인력과 비용 구조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HMM의 조기퇴직 프로그램도 컨테이너 시황 추가 둔화에 대비해 조직을 보다 슬림하게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운업계와 달리 3대 조선사는 '쾌속 질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국내 조선업은 해운업과 달리 올해 다시 뚜렷한 상승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저가 수주와 적자 구조를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실적·주가·수주 잔고가 동시에 개선되는 ‘조선업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선 빅3사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체별로는 HD현대중공업이 약 3조4000억원으로 2025년 대비 약 127%, 삼성중공업은 약 1조4500억원으로 약 156%, 한화오션은 약 1조8000억원으로 96%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상승의 가장 큰 핵심 요인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 선종 중심의 수주 확대라는 점을 꼽는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LNG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난도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사들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부유식 생산설비(FPSO) 등에서, HD현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엔진·기자재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앞세워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도 뚜렷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수주 이후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2~3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산업인데 최근 실적에는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이 점차 소화되고 선가가 크게 오른 고가 수주 물량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 강재 가격 안정과 공정 효율 개선,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마진 구조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과거에는 ‘수주를 해도 남는 게 없는 산업’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다시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의 이번 사이클이 단기 반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선박 환경 규제 강화, 노후 선박 교체 수요,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리며 중장기 발주 기반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가격·선종·기술을 선별하는 수주 전략이 정착됐다"며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 조선업의 상승 흐름은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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